“신성장동력을 다변화하겠다.”(HDC현대산업개발) “항공사 간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외 사례가 많다.”(애경그룹)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이 마감된 7일 HDC현대산업개발과 애경그룹이 내놓은 포부다.
애경그룹은 입찰 마감 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마자 “주관사의 지침에 맞게 준비를 마치고 입찰을 완료했다”고 입장문을 냈다. 애경그룹은 “(이번 입찰이)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관광산업 등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항공사 간 M&A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해외 사례가 많다”며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을 경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세웠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신중했다. 이날 오후 4시30분께 짧은 입장문을 냈다. 이 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에 참여했으며 매각주관사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HDC와 애경 2파전 구도
전략적투자자(SI)를 구하지 못해 논란이 됐던 국내 행동주의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도 이날 본입찰에 응했다.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KCGI가 뱅커스트릿과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입찰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형식적으로는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 애경그룹·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 KCGI·뱅커스트릿의 3파전이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애경과 HDC현대산업개발의 2파전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KCGI가 SI를 구하지 못한 만큼 심사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KCGI는 대한항공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주주로,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지분 경쟁을 벌인 곳이다. 막판에 인수전에 전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졌던 SK그룹, GS그룹 등은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금호산업·채권단 “연내 매각”
시장에선 HDC와 애경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으로 2조원 안팎을 적어냈다고 추정한다. 시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애경그룹은 2조원 아래로 인수가액을 적었고, HDC는 2조원에서 2조5000억원 사이를 적었다”고 전했다.
이번 매각은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도 함께 ‘통매각’하는 게 원칙이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신주)를 모두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채권단은 신주 인수가를 최소 8000억원으로 정했다. 두 곳의 컨소시엄이 적어낸 인수가액을 고려할 때 신주 인수 가격으로 모두 1조원 이상을 적었다는 얘기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가치는 매각 발표 시점엔 2000억원 안팎이었다가 지금은 3500억원 정도가 됐다. 애경은 구주 가격으로 5000억원 안팎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구주 매출 금액은 금호산업으로 귀속되고, 신주 매출 대금은 아시아나항공으로 들어가게 된다”며 “어느 인수 후보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유리한 제안을 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과 경험의 대결
HDC는 넉넉한 자본, 애경은 항공회사 운영 경험이 장점으로 꼽힌다. HDC는 부채비율이 66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할 수 있는 풍부한 자본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HDC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1773억원(2018년 말 기준)에 달한다. 애경그룹 지주사인 AK홀딩스(2013억원)보다 여섯 배 가까이 많다. 여기에 국내 최대 투자은행(IB)인 미래에셋대우와 손을 잡은 만큼 자금 동원력 면에서는 애경보다 크게 앞서 있다는 평가다. 파크하얏트서울, HDC신라면세점 등 항공업과 연관된 사업을 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비해 애경그룹은 항공사 운영 경험이 있다는 게 최대 강점으로 통한다. 애경은 2006년 제주항공을 설립해 국내 1위 LCC로 키워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국내 LCC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애경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국제선과 국내선 점유율이 현재의 9%, 15%에서 45%, 48%로 각각 높아진다. 진에어를 갖고 있는 대한항공(35%, 40%)을 넘어 국내 최대 항공 그룹이 된다.
김재후/이상은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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