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시장의 거침없는 상승세는 미국 경제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다우·나스닥·S&P500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올 들어 18~27%나 오르며 미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고조되는 위기감 속에 부실의 뇌관만 늘어나는 우리 경제와 비교된다.
뉴욕증시는 다른 증시들과 비교해도 최고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마무리돼 간다는 낙관론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미국 경제가 건실하다는 사실에 대한 자본시장의 평가일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거친 행보로 논란도 불러일으키지만 감세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친(親)기업·친일자리창출 정책이 ‘기업가 정신’과 ‘시장의 질주 본성’을 제대로 자극한 결과다.
다우·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 경제는 어떤가. 구직도 포기한 채 ‘그냥 쉰다’는취업포기자가 1년 전보다 35만 명이나 늘어 사상 최대인 217만 명에 달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200만 명을 넘었다는 것도 무서운데 2030세대 비중이 더 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내 기업의 35%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한다는 한국은행 ‘2018 기업경영 분석’ 보고서도 발표됐다. 사상 유례 없는 저금리로 늘어날 판인 좀비기업도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1년 새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1만6000명 줄어든 반면 ‘나홀로 자영업자’는 9만7000명 늘었다는 통계청의 다른 자료도 예사롭지 않다. 고용의 양과 질 모두 악화된 것이다. 급등한 최저임금, 관(官) 주도 정규직화, 무리한 주 52시간 근로제의 부작용은 이렇게 무섭고 냉정하다.
경제 곳곳에 뇌관이 쌓이고 커져가는데 증시가 활기를 띠고 자본의 순환이 순조롭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돈맥 경화’는 문재인 정부 들어 16차례나 이어진 부동산 대책에도 수그러들지 않는 일부 주택시장의 이상 과열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은행도 지적했듯이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개혁이 수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떠밀리듯 내린 금리가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유동성의 함정’ 현상은 처음도 아니다. 근본 처방은 회피한 채 “우선 편하고 보자”는 식으로 ‘진통 치료’에나 기댈 때면 늘 되풀이됐다. ‘혁신’은 말뿐이고, 재정 살포에 의존한 채 저금리처방에나 기대려는 지금 정부·여당이 그 짝이다.
한국 증시에 ‘스타 주식’이 없고, 주목받는 신산업도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왜 ‘새 피’가 공급되지 못 하는지, 관심가질 만한 주도 산업은 왜 없는지 근본부터 숙고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잡겠다고 하니 건설주가 위축되고, 탈원전에 전력·SOC주가 지지부진한 것 등은 부차적 각론이다. 반(反)기업·반시장 정책이라는 큰 흐름에 국내외 투자자가 등 돌린 것 아닌가.
자본시장에 활력이 생기게 하고 저금리 시중 자금이 생산적으로 돌게 하면 부동산 문제는 따라서 해결될 수 있다. 의욕과 이념이 앞선 정책이 부채질한 경제의 무기력증과 조로(早老)증은 결자해지로 정부가 풀어야 한다. 시장활력이 투자를 유도하면 일자리 창출과 세수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에 들어설 수 있다. 활화산처럼 열기를 분출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미국 증시를 정부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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