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의 신용거래융자가 석 달여 만에 다시 9조원대에 근접하고 있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대차잔고도 함께 늘어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8조9902억원으로 재차 9조원에 근접하고 있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 시장이 4조316억원, 코스닥 시장이 4조9586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는 주식계좌에 있는 증권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을 말한다. 외국인 투자자, 개인 투자자, 기관 등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주체는 대부분 개인이다.
올 상반기 10조원을 웃돌았던 신용거래융자는 7월 들어 9조원으로 감소한 이후 8월에는 8조원대로 내려앉았다. 지난달부터 8조원대 후반에 올라선 신용거래융자는 다시 9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 약화, 최근 에이치엘비 등 코스닥 바이오주의 폭등 등 주식시장 투자심리 회복에 따라 신용거래융자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에서는 이달 들어 거래대금 기준 개인의 비중도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 코스닥에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82.8%로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9월 85.3%, 이달 86.2%까지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신용거래융자와 함께 대차거래 잔고가 증가해 우려하고 있다. 대차잔고는 전날 기준 70조9107억원으로 지난 22일부터 재차 70조원대에 들어섰다. 대차잔고는 지난 6월 20일을 기점으로 70조원 밑으로 내려갔었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다. 공매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공매도는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내려가면 되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차잔고 증가는 공매도 증가 및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용거래융자는 대부분 개인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 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하게 신용거래융자와 대차거래 잔고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용거래융자나 대차거래 잔고는 시장의 움직임과 함께 오르내리는 일종의 후행지표"라며 "급격하게 변할 때는 우려 요인이지만, 꾸준히 증가한다면 특정한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