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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사설 깊이 읽기] "내 편만 옳다"는 극단적인 편향성을 확인한 계기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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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국 파동'이 남긴 과제…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35일 만에 물러났지만 우리 사회에 남긴 상처가 너무 크다. 지난 8월 9일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두 달 넘게 연일 제기된 그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본인과 직계가족, 모친, 형제까지 연루된 편법 탈법 불법 의혹들은 ‘조국 블랙홀’이 돼 국회와 대의민주주의 정치까지 마비시켰다. 성난 시민들은 거리로 밀려나왔고 지지층의 옹호집회까지 열리면서 온 나라가 극심한 국론 분열에 빠져들었다. 경제와 안보에 걸친 ‘복합위기’의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는 와중의 사회적 분열과 대립의 한복판에 그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좀체 물러날 것 같지 않았던 그가 갑자기 사퇴하겠다고 나섰다. 청와대까지 여론에 맞서며 그를 감싸왔던 것을 돌아보면 만시지탄이라고 하겠지만, 전격 퇴진 배경에 의구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끝까지 가겠다”고 했던 그의 생각을 바꿀 일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기라도 한 것인지 궁금하다.

검찰이 추상같은 법의 잣대로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은 채 수사를 마무리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행여라도 예전 검찰처럼 ‘정무적 판단’을 하고 적당한 선에서 수사의 모양새나 다듬으려 하다가는 존립 기반을 잃게 될 것이다. 조씨가 물러나며 던진 과제가 ‘검찰 개혁’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조씨의 ‘사퇴의 변’은 그대로 문재인 정부의 숙제가 됐다.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언급에 동의한다면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정책으로 젊은 세대를 살필 책무가 있다. ‘특혜와 반칙’으로 얼룩진 이른바 ‘강남 패션 좌파’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 2030세대가 겪었을 위화감과 상실감, 우울과 자포자기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는 “국민들께 너무도 죄송스러웠다”고도 했다. 한때 사회주의 혁명가였던 그로 인해 ‘조로남불’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입 진보’ ‘위선·독선 좌파’의 본색이 드러난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는 역설적 평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로 인한 국민들의 스트레스, 열패감과 자괴감은 무시 못 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제 발표된 소위 검찰개혁안을 보면 12일 ‘조국 수호 집회’에 바로 뒤이어 13일 당·정·청 협의, 14일 법무부 발표, 15일 국무회의 의결로 이어진다니 일사천리다. 반면 고용 창출과 관련되는 정책들을 보면 ‘일자리 정부’라고 내건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느리다. 정책에 따라 실행속도가 이렇게 다른 이유는 뭔가. 인사가 그렇듯, 정책의 오류도 제때 바로잡지 않으면 결국 위기로 이어진다. 정권의 재앙이 아니라 국가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뒤늦게 수습에 들어간 조국파동의 교훈도 그런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0월 15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
보수·진보의 지나친 편가르기
균형된 국가 발전에 도움 안돼
공정·정의 의미 함께 되돌아봐야


이른바 ‘조국 사태’는 크나큰 논란과 함께 대한민국 사회에 큰 숙제를 남겼다. ‘조국 퇴진’ 또는 ‘조국 지지’라는 극명한 진영논리에 따른 국론분열상은 표면상 현상일 뿐이었다. 세대 간 갈등, 옳고 그름의 논쟁, 진보좌파 586세대의 실상 등부터 개혁을 내세운 정권의 역점 정책과 그에 따른 사회적 저항이 있을 때 조정 모델의 필요성까지 숱한 과제가 부각됐다.

문제는 이런 것들 하나하나가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는 논란거리가 된다는 사실이다. 한국 사회는 이를 극복해내면서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까. 조씨 퇴진 이후에도 계속되는 대립과 분열상을 보면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압축 성장을 해오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과 문제점도 함께 키워왔다. 경제적 성장은 수십 년간 지속됐지만 불균형과 양극화를 안은 채였다. 결국 지금의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말았다. 정치적 민주화도 상당 부분 선진국들의 그것에 접근해왔지만, 정치적 엘리트들의 부조리와 부패, 새로운 형태의 계급 또는 신분 형성 같은 문제를 남겼다. 현 정부의 권력 핵심에 있었던 조국의 불명예 퇴진은 그런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모순에 대한 반성과 극복 없이는 더 이상의 경제발전도 정치적 선진화도 어렵다. 단순히 특정 정부의 지지율이나 성과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도 당장은 참가 주체들 간의 유기적 협력이나 기술수준과 혁신의 정도, 즉 생산성과 효율성에서 성장의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발전 단계에 이르면 결국은 사회 전체의 합리성과 보편타당성, 국제규범의 주도 등 ‘수준’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예컨대 개인 소득이 3만달러에서 5만달러, 10만달러로 성장해가려면 그에 맞는 ‘아비투스’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근본 문제를 자각하면서 궁극적 대안을 찾아내야 조국 사태를 제대로 극복하는 게 될 수 있다.

당장의 세대 갈등이나 계층 간 대립을 극복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에 맞는 정책들을 추진해 지친 국민들의 정서를 치유하고 다시 뛸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원칙의 확립 같은 게 있어야 경제도, 정치도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회 균등, 과정의 공정, 결과에 대한 수용’ 같은 큰 원칙의 재정립과 그에 대한 준수 분위기 조성 같은 것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은 기득권의 처리에 관한 문제가 될 것이다. 잘못된 정책을 바로 돌리자는 주장도 그런 맥락이다.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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