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지하철을 많이 이용한다. 한국 지하철의 최신 시설과 편리한 체계는 외국에서도 평판이 높을 정도다. 여러 나라에서 온 이용객을 고려해 한국어 외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안내방송까지 해 서울의 국제화를 실감하게 한다.
이렇게 훌륭한 시설과 좋은 체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안내방송에 이어지는 영어 안내를 들을 때마다 거북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서울 1호선과 신분당선이 특히 심하다. 정자역을 “정좌 스테이션”, 성복역을 “성박 스테이션”이라고 발음한다. 한국어 지명에다 한국어에 없는 영어 악센트를 넣다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더 들어보자. 신도림은 “신도륌”으로, 구로는 “그우로우”, 주안은 “즈우안”으로 들린다. 영어 안내라고 하니까 지명이 한국어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혀를 굴리는 것은 아닐까.
한 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자. ‘시청역’의 영어 안내방송이다. “씌디 헐”로 마치 영어 발음을 자랑하듯 빠른 말로 안내를 하는데 듣기가 불편할 정도다. ‘시티홀’이라는 세계인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영어 발음을 왜 생각하지 못할까. 이런 것들은 보통은 사소하다거나 어색하다는 정도로 가볍게 지나치지만 안내방송이라는 원래 취지에서 벗어난 것 같다.
서울의 지하철은 미국인만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유럽인, 중국인, 일본인, 동남아인도 함께 탄다. 이들 모두가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발음을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천천히 발음해야 한다. 또 세계인이 공통으로 생각하는 발음의 방송이 나갔으면 한다.
하나의 방법으로 영어 원어민이 아니라 중동 지방 사람들의 영어 발음으로 대체하면 어떨까. 개인적인 견해지만 그쪽 지역의 영어 발음은 세계 표준이라 해도 좋을 만큼 괜찮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냥 생각 없이 해보는 말이 아니다.
곽경 < 건축사, 한국어정보학회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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