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개. 대한민국에 있는 치킨 브랜드 숫자다. 이들 브랜드의 간판을 달고 있는 전국 치킨집은 2만5000여 개에 이른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장사하는 자영업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치킨집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
이런 치킨 프랜차이즈업계에도 ‘라이징 스타’가 등장하고 있다. 후라이드참잘하는집, 60계치킨, 노랑통닭 등이다. 이들 브랜드는 교촌치킨, BBQ, BHC 등 기존 대형 브랜드와 다른 전략으로 치킨업계의 ‘2군 리그’를 지배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손편지 서비스로 동네 단골 잡아2017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손편지 서비스’로 잘 알려져 있다. 배달 주문을 받으면 소비자에게 직접 포스트잇에 손편지를 적어 보내고, 입가심용으로 막대사탕이나 멘토스를 챙겨주면서 입소문이 났다. 배달 앱(응용프로그램)의 보편화로 경쟁이 치열해진 배달 시장에 늦게 뛰어든 후발주자의 차별화 전략이자 ‘동네 단골’을 챙기기 위해 마련한 마케팅이었다.
이런 전략에 소비자들은 반응했고 이는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의 매출은 지난해 239억원으로, 전년(67억6205만원) 대비 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 전국 가맹점 수도 87개에서 현재 180여 개로 불어났다.
점포 수가 급증하자 후라이드참잘하는집은 대표가 직접 유튜브를 통한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은현장 대표가 신메뉴 먹방(먹는 방송)에 등장하고, 치킨 블라인드 테스트 영상을 올렸다. 육계를 가공하는 공장 내부를 공개해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소비자뿐 아니라 가맹점주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은 대표는 영상에서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는 가맹점주와 ‘커피타임’으로 대화 시간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추석에는 가맹점주들에게 홍삼 건강기능식품을 선물로 돌렸다.
깨끗한 기름·저염 콘셉트로 차별화60계치킨은 소비자가 느끼는 불안을 잠재우며 성장한 신생 치킨 업체다. 이 회사 창업자들은 사람들이 유명 치킨 브랜드를 찾는 이유가 신뢰도에 있다고 판단했다. 잘 모르는 브랜드 제품은 먹으면서 또는 아이들에게 먹이면서 ‘과연 위생적으로 조리됐을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소비자가 많다. 60계치킨은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위생’을 강조한 마케팅이다. 이름도 ‘매일 새 기름으로 60마리만 조리한다’는 문구를 내세웠다. 치킨 위생에 대한 불안이 반복해서 쓰는 튀김 기름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매장도 신뢰성을 높이는 무기로 활용했다.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오픈형 주방을 설치하고, 주방 안 폐쇄회로TV(CCTV)도 실시간 공개한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은 116억원으로 전년보다 73.9% 늘었다. 지난달 한국경제신문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입소스가 시행한 기업의 사회적 평판도 조사 결과에서 60계치킨은 교촌치킨, BBQ, 굽네치킨 등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뒤를 이어 5위에 오르기도 했다.
건강을 생각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덩치를 키우는 곳도 있다. 노랑통닭은 ‘저염 치킨’이라는 콘셉트로 제품을 알리고 있다. 주요 식재료인 치킨에 염지를 하지 않고, 조리 과정에서 나트륨을 다른 업체보다 적게 사용한다고 마케팅하고 있다. ‘착한데 맛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공공장소에 금연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 기업 이미지 높이기에도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치킨 브랜드들은 인지도만으로는 유명 브랜드에 밀리기 십상”이라며 “독특한 제품 콘셉트와 홍보 방식으로 시장에서 덩치를 키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