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대형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 비중을 줄이고 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은 차입자 상당수가 대부업 이율에 가까운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중신용 소비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은행 중금리 대출 줄여
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8월 한 달간 중금리(연 6~10%) 신용대출 신규 취급 비중은 평균 6.6%였다. 지난해 같은 달(12.94%)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들었다.
2금융권에서도 중금리 대출 비중은 높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저축은행에서 가계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은 총 115만5000명이었다. 대출 잔액은 총 12조6860억원으로 파악됐다.
이 중 연 20% 이상의 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은 63.2%(73만 명)에 달했다. 이들의 대출 잔액은 6조3753억원으로 전체 잔액의 50.3%를 차지했다. 평균 금리는 연 23.8%였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신용 차입자들이 저축은행에서도 저신용자와 비슷한 고금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금리 대출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은행들의 소극적 정책 탓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연체율 상승 때문에 부실 가능성이 작은 대출에 집중하다 보니 중금리 대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힘들다”며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중금리 대출 비중이 줄어드는 이유”라고 전했다.
1금융권에서 밀려난 소비자들은 저축은행에서도 중금리 대출을 받기가 힘들긴 마찬가지다. 저축은행들도 과당경쟁과 법정 최고금리 인하 등으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중신용자에게도 높은 이자를 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에서 중신용으로 분류되는 4~6등급 차주가 평균 연 19.9% 금리를 적용받았다.
“저축은행 서민금융 역할해야”
1·2금융권의 중금리 대출 비중은 줄고 있지만 수요는 여전히 많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일반 은행에서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 기타대출 잔액은 226조2000억원이었다. 8월에만 2조7000억원 늘었다. 6월 1조5000억원, 7월 2조2000억원보다도 늘어난 수치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이들 중에는 신용등급이 4~6등급에 해당하는 서민이 많다”며 “특히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지난해 강화되면서 집값에 보태기 위해 신용대출에 눈을 돌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중금리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6월에 업권별로 중금리 대출 금리 기준을 변경했다. 개정안은 기존에 ‘평균금리 16.5% 이하, 최고금리 20% 미만’으로 전 업권에 공통 설정된 중금리대출 금리 요건을 업권별로 차등화·하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새로운 중금리대출 기준은 △은행권은 평균금리 6.5% 이하, 최고금리 10.0% 미만 △카드사 평균금리 11.0% 이하, 최고금리 14.5% 미만 △저축은행 평균금리 16.0% 이하, 최고금리 19.5% 미만 등이다. 기존 기준은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 어렵지 않아 중금리대출 취급 유인이 작다고 보고 이번에 기준을 업권별로 차등화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자 부담이 높은 서민을 위해 제1금융권 문턱을 낮춰야 한다”며 “저축은행은 서민금융회사로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는 제도 개선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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