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1000여 명이 26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대학교수 4000여 명은 조속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비리의혹과 위선적 언동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조 장관을 임명한 것은 법치주의의 능멸이고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한변은 이날 오전 10시까지 1036명의 변호사가 시국선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유지담·신영철 변호사 등 전 대법관 8명과 김경한·김승규 변호사 등 전 법무부 장관, 송광수·한상대 전 검찰총장, 전직 헌법재판관 5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조 장관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교수와 의사들의 시국선언이 있었지만 법조계에서 조 장관을 규탄하는 집단적 목소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이 정부가 정의와 공정만은 그래도 내세울 게 있는 줄 알았지만 이번 ‘조국 사태’를 보면서 그것도 다 맹탕이었다”며 “무자격 법무부 장관 조국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조 장관은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소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장관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 정의의 관념에 맞다”고 말했다.
지난 국정농단 사태 때 한 주도 빠짐없이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었다는 이명숙 전 한국여성변호사회장은 “검찰개혁 적임자들은 우리나라에 넘치도록 많다”며 “조국만이 할 수 있다는 오만과 독선은 용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주와·박주현 변호사 등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청년 변호사들도 이날 마이크를 잡고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부산에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시급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국내 및 해외 교수·연구자 일동’은 이날 부산 연산동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서명에 참여한 교수 409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현재 사태의 핵심은 조국의 가족문제가 아니라 검찰문제”라며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보다 시급한 과제는 없다”고 했다. 이들은 다만 조 장관 개인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조 장관이 아닌) 누구라도 검찰을 개혁하려는 능력이 있다면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인혁/정의진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