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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평화경제' 앞세운 對北 제재완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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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뉴욕에서 아홉 번째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은 한반도 평화·안보의 핵심축이 한·미 동맹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대화 재개 의지를 긍정 평가하고, 지난해 ‘싱가포르 합의’가 유효하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미·북 실무협상의 실질적인 진전 방안도 논의했다. 북한과의 70년 적대관계 종식,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의지와 함께 북한에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러나 대북(對北)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 양국은 또 동맹 차원에서 호혜적인 방향으로 경제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다음날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평화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면서 비무장지대를 국제 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10차례에 걸친 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은 채 ‘평화’만 53차례나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미국행 목적이 북한 비핵화에 있다는 점을 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문 대통령의 미국행은 지난 9일 북한이 비핵화 실무협상을 제안하면서 갑자기 결정됐다. 그런데도 북핵의 위험성은 뒤로하고 평화만 내세운 것은 잘못된 것이다.

북한은 지난 16일 “우리의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도 없이 제거될 때라야 비핵화 논의도 가능하다”며 비핵화의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했다. ‘제도·안전을 불안하게 하는 위협과 장애물의 제거’는 주한미군 철수와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을 통한 체제보장을 의미하며,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은 대북제재 해제를 의미한다. ‘선(先)체제보장 및 제재해제, 후(後)비핵화’를 고수하겠다는 속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비핵화, 후제재해제’의 ‘리비아 모델’을 고집해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난 10일 해임한 뒤 ‘새로운 방법(a new method)’을 제시하면서 기존 ‘빅딜’ 접근방법의 변화를 시사했다. 미국의 이 ‘새로운 방법’에 북한도 긍정적 반응을 보여 미·북 실무회담은 조만간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새로운 방법’이 단계적 비핵화가 아닌가 하는 추측성 평가가 무성하다. 즉, 북한의 모든 핵무기가 폐기된 후 대북제재를 해제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일부 완화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이나 제재완화에 대한 파격적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북한 체제보장의 1차적 책임이 북한 자신에 있다는 점에서 대북제재는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은 제재완화의 유연성과 직결된 문제다.

기존 빅딜의 틀 안에서 제재에 유연성을 보이겠지만, ‘선비핵화, 후제재완화’ 구도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을 것 같다. 대북제재가 북한 비핵화를 압박하는 유일한 평화적 수단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북한이 제시한 ‘새로운 계산법’은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해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협상 과정에서 부분적인 비핵화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해제하는 접근법이란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이는 협상을 끌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기 위한 기만술책으로, 여기에 말려들면 북핵 폐기 30년 실패의 역사를 더 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북한이 다시 협상 카드를 내민 것은 대북제재 조치로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고백한 것과 같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제재 아래에서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북한 비핵화를 조금이나마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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