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국제중재가 필요한 기업들이 영국 런던이나 프랑스 파리로 판정을 받으러 떠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한국 등 아시아에서 성장한 글로벌 기업들이 분쟁이 발생한 유럽과 북미의 납품회사들을 서울이나 싱가포르, 홍콩 같은 ‘홈그라운드’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신희택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 의장(사진)은 2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중재기관들의 성장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의장은 “아시아 기업들의 덩치가 커지면서 납품회사나 하도급업체들과 마찰이 생겼을 때 중재기관은 물론 중재규칙, 중재지 등을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며 “‘국제중재 허브’를 꿈꾸는 우리 국제중재센터에 큰 기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런던퀸메리대와 글로벌 로펌 화이트앤드케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싱가포르와 홍콩은 런던과 파리에 이어 각각 3위와 4위로 가장 인기 있는 국제중재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뉴욕과 스위스 제네바 등 전통적인 중재 강국을 제쳤다. 아시아 경제 부상의 혜택을 제대로 이용한다면 서울도 충분히 국제중재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신 의장은 대기업의 사내변호사들이 국제중재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그는 “사내변호사들은 자신의 회사 사정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데다 각종 국제중재기관이 어떤 규칙을 제시하고,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면밀하게 따져볼 수 있기 때문에 대형 중재기관만 고집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재기관은 국제상업회의소(ICC)로 하되 중재지를 서울로 한다든가, 중재장소를 홍콩으로 정하더라도 한국의 국제중재센터를 중재기관으로 정하고 한국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는 등 분쟁의 사안에 따라 다양한 옵션이 있다”며 “사내 변호사들이 ‘최적의 포석’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주는 데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 의장은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의 중재인 보수 등이 다른 나라의 기관에 비해 절반 수준인 것도 장점”이라며 “서울에서 중재를 하면 장거리 여행에 따른 비용과 신체적 피로 등을 줄일 수 있어 회사 대표들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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