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릴레이 삭발’에 5선 중진 의원들도 가세했다. 황교안 대표의 삭발 투쟁 이후 의원들이 앞다퉈 삭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퇴로’에 대한 한국당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국회부의장인 이주영 의원(5선)과 전임 국회부의장이었던 심재철 의원(5선)은 18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했다. 삭발에 앞서 이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국민 상식이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면 국민 저항권에 의한 정권 퇴진이 답이란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했다. 심 의원도 “온 국민이 함께 피와 땀으로 일궈놓은 대한민국을 위선에 가득 찬 좌파 세력에 더 맡겨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차명진 전 의원도 같은 장소에서 삭발 대열에 가세했다. 전날 삭발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직접 차 전 의원의 머리카락을 밀었다. 김순견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와 부인 박재옥 씨도 이날 포항시청 앞에서 삭발했다. 박시연 서울 중랑갑 당협위원장도 삭발에 동참했다. 지금까지 조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삭발한 정치인은 10여 명이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도 19일 삭발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한국당 한 당직자는 “황 대표 삭발 이후 자진 삭발 의사를 밝힌 의원이 꽤 있다”며 “원내외를 합쳐 20~30명 정도 더 가담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은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현장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개최하면서 투쟁 의지를 다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가 삭발한 상황인데 이 정도로 저항한다면 (청와대가) 한 번쯤은 깊이 숙고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릴레이 삭발로 ‘조국 정국’에서의 투쟁동력을 살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삭발 이벤트로 지지층 결집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다는 것이 한국당의 자체 분석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다음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할 경우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부에선 내년 총선 전 삭발이라는 이벤트로 정치인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고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목적 또한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부부 동반으로 삭발한 김 전 부지사는 이달 초 ‘김순견포항희망경제포럼’을 창립하고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 공천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동대구역 광장에서 삭발한 강효상 의원은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달서구병에서 한국당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