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을 꿈꾸는 이들에게 집값은 늘 관심사다. 다만 언제, 어디에 내 집을 사야할지에 대해선 속시원한 답을 구하기 어렵다. '집값은 곧 빠진다'는 분석에 기대를 걸었다가 보기 좋게 예상이 빗나가면 무주택자들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진다.
<한경닷컴>은 내 집 마련의 시기와 방법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9월 초 서울 중구 신한은행 PWM센터에서 우병탁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사진)을 만났다. 고객들에게 부동산 및 세금 강의·상담과 토지·건물의 매입과 매도 자문 등을 제공 중인 우 팀장은 집을 구매해야 할 시점은 바로 지금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매수자에 유리한 시기"우 팀장은 "가격이 조금 더 떨어지길 기다리다가 오히려 내 집 마련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2016~2018년까지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던 시기에는 매도자 우위였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매수자에게 유리한 시기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6개월 뒤에 매매하려고 집을 사는 사람은 없다"며 "최소 2년, 일반적으로 5~10년 이상, 종종 15~20년 이상 가지고 있게 되기 때문에 전세를 살지 매매를 할지에 대한 의사 결정은 10년 뒤의 가격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혼부부특별공급대상이거나 청약점수가 높은 무주택자들에게는 시기를 늦춰도 좋다고 조언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보증이나 분양가상한제를 통해 좋은 지역에 새 집을 낮은 가격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우 팀장은 집값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교육환경 △교통환경 △자연환경 △직주근접 △단지규모와 커뮤니티 활성화를 꼽았다. 해당 요인이 잘 갖춰져 있을수록 거주하기 좋은 곳이면서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가 지금 집을 사서 가지고 있다가 팔려고 했을 때 얼마나 쉽게 팔 수 있겠느냐, 사려는 사람이 충분히 많겠느냐를 고려해야 한다"며 "내 입장만 생각하고 '나는 자녀 교육을 끝냈으니 교육환경이 안 좋아도 괜찮다', '번잡스러운 곳보다 한적한 외곽이 좋다' 등의 식이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시세차익이 많이 나는 아파트는 집값이 상승기에 더 많이 오르고 하락기에는 덜 떨어지는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우 팀장은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자연환경은 산보다 강이 우선이고 단지규모는 2500세대 전후를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며 "현실적으로 모두가 비싼 집을 살 수는 없지만 각 지역별로 각자의 자금 여력이 되는 범위 내에서 위의 조건에 가장 근접한 것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 팀장은 서울의 집값 상승 추세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서울에서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많다고 하지만 서울이 싫어서 옮겼거나 산업이 이전했다기보다는 가격이 너무 비싸서 옮긴 것"이라며 "서울의 집값이 만에 하나 떨어진다면 수도권 인구가 다시 서울로 회귀하면서 가격을 복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집선호·초양극화·초세분화·초고속화'가 최근 트렌드우 팀장은 최근 부동산 트렌드를 '새집선호, 초양극화, 초세분화, 초고속화'로 규정했다.
그는 "새집 선호 현상과 양극화, 세분화 등은 과거에도 있었던 현상이지만 최근에 더 심해지고 있다"며 "새집 선호현상을 예로 들면 과거에는 준공 10년차 이하를 포괄적으로 새 아파트라고 부르던 것에서 현재는 5년 이하, 2년 이하와 같이 더 세분화해서 나눠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주택, 상권(빌딩) 등 부동산 전 분야에 걸쳐 특정 브랜드보다 중요한 현상은 트렌드의 변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 팀장은 "상권 같은 경우 성장, 정점, 하락 각 단계가 10년 주기였던 것이 5년, 심한 경우엔 3년까지 짧아지고 있다"며 "부동산투자에 있어 리스크가 숨어 있으므로 투자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투자를 고려하는 사람들에게는 시기 뿐만 아니라 어떤 것을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부동산은 규제나 경기의 흐름에 따른 영향이 있어 단기적으로 가격의 향방을 정확히 맞춘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 팀장은 "결국 내 집 마련도 공부가 필요하다"며 "실거주자라면 타이밍을 고민할 시간에 물건의 실거래가, 거래량, 교육·교통·직주근접 등 어떤 물건인지를 파악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요즘과 같이 대출과 세금에 따른 규제가 전방위적으로 강화되는 시기에는 투자용 부동산을 고를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시점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부동산 자체의 내재가치가 있는 것을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우 팀장은 "아무리 좋은 부동산이라도 본인의 여건과 체질에 맞아야 한다"며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라도 무리하게 갭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이 흔들릴 때도 버틸 여력이 있는 범위에서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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