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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자리 지표 똑바로 읽고 반성하는 '책임정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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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45만2000명 늘어 2017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인 고용률은 61.4%로 8월 기준으로 1997년(61.5%) 이후 22년 만에 최고치였다. 실업률도 3%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수치상으론 얼어붙은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어오는 듯하다.

하지만 통계청의 일자리 통계(8월 고용동향)의 이면을 살펴보면 걱정이 앞선다. ‘세금 내는’ 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재정을 투입해 만든 ‘세금 쓰는’ 단기 고령자 일자리가 고용시장 전반을 왜곡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39만1000명 급증해 전체 취업자 증가의 86.5%를 차지했다. 길거리 청소나 청소년 선도 같은 활동을 하루 2~3시간씩 하고 한 달에 30만~40만원가량 받는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이다.

50세 이상 취업자로 범위를 넓히면 일자리 증가폭(52만 명)은 전체 증가폭을 웃돈다. 여기에다 지난해 8월 취업자 증가폭이 3000명에 불과했던 ‘고용참사’ 기저효과까지 걷어내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고용지표는 결국 ‘빛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고용의 질(質)도 악화일로다. 신차 출시와 조선사 대규모 수주 등 일부 제조업 경기개선에도 불구하고 양질의 일자리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2만4000명)와 금융·보험업 취업자(-4만5000명)는 각각 17개월과 8개월 연속 줄었다. ‘경제 허리’인 40대 취업자(-12만7000명)는 46개월째 감소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아전인수(我田引水)에 여념이 없다. 청와대는 “고용 회복세가 뚜렷하다”며 “올해 연간 취업자 증가 수치가 당초 전망을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나온 의미 있는 변화”라며 “정책 효과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본다”고 자평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정부의 뚝심 있는 일자리 정책으로 고용지표가 개선됐다”고 했다.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 ‘무늬만 개선’된 지표에 자화자찬을 쏟아내는 것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자 취업준비생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생산·투자·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은 커져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7월 한국 경기선행지수(CLI)는 98.79로, 26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CLI 하락폭(2.9포인트)도 OECD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컸다. 급기야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이 고착화하는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경제를 악화시키고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쪼그라들게 하는 고용·노동 정책의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여당은 집권당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경제활력을 살려 고용을 창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급속 인상, 지나치게 엄격한 환경규제 등 반(反)기업 정책을 거둬들이는 게 급선무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규제를 과감히 풀어 고용의 원천인 기업을 뛰게 해야 한다. 그러면 일자리는 저절로 생기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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