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속담에 ‘까치집을 낮게 지으면 태풍이 잦다’는 말이 있다. 까치는 보통 높은 곳에 집을 짓는 습성이 있지만 태풍이 예상되면 바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낮은 곳에 집을 짓는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까치의 행동 변화를 태풍을 예견하는 지혜로 썼다.
통계에 따르면 태풍은 연평균 26회 정도 발생한다. 이 중 6~10월 사이에 발생하는 태풍 2~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태풍이 많은 듯하다. 8월 한 달 사이에만 무려 4개의 태풍이 한반도 주변을 통과했다. 지난 주말에도 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 전역을 강타했다.
1990년대까지는 기상관측과 날씨예보 기술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않아 태풍 피해규모가 상당했다. 강풍으로 망가진 감귤밭을 바라보며 한숨짓던 부친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1987년 고흥반도를 통과한 태풍 ‘셀마’는 기상청이 태풍의 이동경로를 잘못 예측해 피해를 크게 키웠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기상예보기술 향상을 위해 투자를 꾸준히 해 왔다. 덕분에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날씨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각종 위성영상과 기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아 활용할 수도 있다.
특히 기상정보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들과 융합되면서 다양한 산업에 적용됐다. 세계경제의 80%가 날씨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52%에 해당하는 산업이 날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보고서도 있다. 기상정보의 전략적 활용은 기상예측을 넘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기업 경쟁력을 제고시키기에 이르렀다.
성공적인 날씨경영(weather management) 사례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한 홈쇼핑업체는 장마철에 침구류를, 폭염이 계속될 때는 에어컨 등을 집중 편성해 4개월간 270억원의 매출 증가 성과를 이뤘다. 황사예보 시에는 공기청정기 등 건강관련 상품에 주력해 15% 이상 매출을 증가시켰다. 또 제주도는 감귤산업 병충해 방제를 위한 자동기상관측장비 35개를 설치해 연 100억원의 예방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기상정보는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는 근본적 가치를 뛰어넘어 산업 전반에 혁신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날씨경영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와 기업들의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정부도 공공데이터의 적극적인 개방과 기상정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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