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최대 관광명소인 타워브리지. 1894년 완공된 이 다리는 배가 통과할 때 다리가 열리는 개폐식 도개교로 유명하다. 이날 인근 선박장인 세인트캐서린마리나에서 요트 수십 대가 일제히 출발하자 굳게 닫혀 있던 타워브리지의 양쪽 다리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타워브리지를 지나가는 요트 무리 사이로 태극기와 함께 ‘이매진유어코리아(Imagine your Korea)’라는 형형색색의 문구를 곳곳에 내건 선체가 눈에 들어왔다.
11개월 동안 전 세계를 항해하는 ‘2019~2020 클리퍼 세계일주요트대회’ 출항식이 이날 런던에서 열렸다.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메리카컵과 달리 아마추어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세계에서 가장 명성이 높다. 1995년 첫 회를 시작으로 격년마다 개최된다. 런던에서 출발해 11개월간 대서양과 태평양, 북해 등 총 7만5000여㎞를 무동력으로 이동한다. 대회명인 클리퍼는 19세기 영국 등 유럽에서 활용됐던 쾌속 범선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세계 최초로 동력에 의지하지 않고, 중간 기항지 없이 세계 일주에 성공한 로빈 녹스존스턴 경이 ‘클리퍼 벤처스’란 회사를 세워 대회를 창설했다. 각 기항지 간 도달 시간을 모두 합쳐 순위를 매긴다.
이번 대회엔 세계 45개국에서 뽑힌 총 11개 팀, 7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매진유어코리아’가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트 이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14년 선정한 한국관광 대표 브랜드에서 따왔다. 이번 대회엔 대한요트협회와 한국관광공사, 여수이순신마리나가 후원사로 참여했다. 해양조선사업 무역회사 진아는 주관사로 나섰다.
다만 한국팀이라고 할지라도 한국 선수들로만 구성된 건 아니다. 영국 국적인 마이크 서리지 선장을 비롯해 구간별로 15개국 출신 20여 명의 선수가 힘을 합친다. 이날 세인트캐서린마리나에서 열린 출항식에선 외국인 선수들이 태극기를 펼쳐 들고 싸이의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한국팀은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포르투갈과 우루과이,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중국, 미국, 파나마, 버뮤다 등의 기항지를 거칠 계획이다. 대한요트협회에서 지난달 초 공모를 거쳐 선발을 마무리했다. 훈련 비용 및 유니폼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비용은 선수 본인이 부담한다. 참가 비용이 최대 8000여 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대회 참가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대한요트협회는 이번 대회 한국팀 첫 출전을 계기로 2021~2022 클리퍼 대회 기항지를 한국에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바다 위의 포뮬러 원(F1)’으로 불리는 세계 요트대회 기항지를 유치하면 해양 관광 인프라 발전을 통한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해양수산부가 거점형 마리나로 조성하고 있는 부산과 여수 등이 기항지 후보로 거론된다. 글로벌 기업들이 후원하는 아메리카컵과 달리 클리퍼 요트대회는 대부분 세계 각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후원한다. 클리퍼 대회에 10년째 꾸준히 참여하면서 기항지를 유치하는 등 요트 마리나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있는 중국 칭다오시가 대표적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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