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29·사진)가 마약 밀수로 적발됐다. CJ그룹이 서두르고 있는 경영권 승계에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씨는 최근 CJ제일제당에서 식품기획담당 부장으로 근무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지방검찰청은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 개를 밀반입한 혐의로 이씨를 지난 1일 입건했다. 이씨는 미국에서 출발한 항공기를 타고 전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항공화물 속에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숨겨 들여오다 공항세관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액상 대마 밀반입을 적발한 공항세관은 이를 인천지검에 알렸고 검찰이 관련 조사를 했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진행한 소변검사에서는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으며 이씨는 검찰에서 액상 대마를 밀반입한 경위 등에 대해 진술서를 작성한 뒤 귀가했다.
CJ그룹은 2일 오후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씨에 대한 조사는 진행 중이며 결과가 나오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 회장의 1남1녀 중 둘째로 최근 CJ그룹을 승계할 준비를 시작했다. CJ그룹은 지난 4월 CJ올리브네트웍스를 올리브영 부문과 정보기술(IT) 부문으로 분할한 뒤 IT 부문을 CJ지주사에 흡수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CJ지주사와 CJ올리브네트웍스는 1 대 0.5444487 비율로 자사주를 교환한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갖고 있던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17.97%도 CJ지주사 지분과 교환된다. 이 교환이 끝나면 이씨는 CJ지주사 지분 2.8%를 확보하게 된다. 이 결정에 대해 재계에서는 “CJ그룹이 본격적으로 4세 승계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 이씨의 마약 혐의가 불거지며 CJ그룹의 경영권 승계 구도가 불투명해졌다. 마약 관련 혐의가 사실로 확정되면 경영권 승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1990년생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했다. 바이오사업팀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최근 식품전략기획 1팀으로 소속을 옮겼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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