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 디벨트의 편집국장을 지낸 작가 라이너 지텔만의 이력은 독특하다. 2000년 신문사를 떠난 그는 지텔만박사PB유한회사를 세워 대표적인 부동산컨설팅회사로 키워낸 다음 2016년 매각했다. 이렇게 번 돈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지텔만이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한 책이 <부유한 자본주의 가난한 사회주의>(봄빛서원)다. 이 책은 체제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정부개입적인 정책과 제도를 도입했던 국가들은 왜 예외 없이 몰락에 이를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말한다.
시간이 갈수록 계획과 정부 개입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이 성행하는 시대에 이 책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는 지난 5월 국내 한 기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가 방한 기간에 깨우친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이 눈부신 경제 성공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를 잊은 듯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특별히 한국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제시한다. “한국 독자들에게 사회주의는 어느 나라든 어떤 형태든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어느 시대나 어디에서나 국가 개입의 강도가 강해지면 사람들은 생산적인 활동에 대한 투자나 활동을 줄이게 되고 결국에는 부의 감소라는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된다. 이런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정부개입주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사라지지 않는다. 독일 철학자 헤겔이 <역사철학강의>에서 역설했던 주장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민족과 국가는 역사를 통해 단 한 번도 배운 적이 없고 항상 같은 역사를 반복하며 똑같이 행동해왔다. 이것이 바로 경험과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책은 정부개입주의를 실험에 옮겨서 씻을 수 없는 피해를 본 나라들의 사례로 구성돼 있다. 1부 7개 장에서는 중국 아프리카 독일 남북한 영국 미국 칠레 스웨덴의 사례가 나온다. 1부의 제목이 ‘국가의 부는 운명이 아니라 선택이다’이다. 얼마나 호소력 있는 제목인가.
2부는 역사적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경제적 자유가 있는 사람들이 잘사는 이유’ ‘금융위기는 자본주의 위기가 아니다’ ‘지식인들은 왜 자본주의를 싫어할까’ ‘자본주의가 경제를 살린다’라는 주제의 장으로 제시한다. 2부의 제목은 ‘그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역사가 말해주는 것들’이다. 이 또한 얼마나 진솔한 주장인가.
누구든지 역사 속에서 인간들이 범한 집단적 선택의 실수들을 찬찬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무지한 인간들은 역사책을 덮어버린 채 자신의 신념과 지식에 바탕을 두고 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해 사회공학적 사고로 무장해 정부개입적 정책을 수없이 만들어낸다.
그 결과로 예상되는 미래는 저성장, 고물가, 무임승차, 경제위기임에도 불구하고 파국에 도달할 때까지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고 만다. 현명한 선택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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