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간 ‘이전투구’가 본격화되고 있다. 경쟁업체에 무차별적인 특허침해 소송을 내거나 경쟁사의 대형 고객이 넘어올 것이란 루머를 퍼뜨리는 식이다. 경제계에선 파운드리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우위를 점하려는 업체 간 혼탁 양상이 점점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시장 3위 업체인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가 26일(현지시간) 1위 업체인 대만 TSMC를 대상으로 미국과 독일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GF는 자신들의 파운드리 기술 특허 16건을 TSMC가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GF는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TSMC를 제소하면서 “TSMC의 고객사인 애플, 퀄컴, 구글 제품의 미국 수입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반도체업계에선 “GF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에 기대 무리한 소송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사를 겨냥한 ‘루머’도 확산되고 있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지난 23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7나노 EUV(극자외선) 공정에서 수율 부진에 시달리고 있고 TSMC는 미디어텍이 설계한 통신칩을 순조롭게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중화권 매체는 “퀄컴이 삼성전자의 수율 저하 때문에 차기 통신칩 ‘스냅드래곤 875’ 파운드리를 TSMC에 맡길 것”이라고 앞다퉈 전했다.
이에 대해 퀄컴에 정통한 관계자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7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통신칩이어서 파운드리가 거론되는 것조차 ‘난센스’”라며 “수율 문제 또한 삼성의 테스트 공정 수율을 마치 정상 공정의 수율인 것처럼 ‘의도를 갖고’ 보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제계에선 파운드리시장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업체 간 이전투구가 심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시장 규모는 지난해 710억달러(약 86조원)에서 2023년 981억달러(약 119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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