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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수익 증가세…"비이자 수익 확대" vs "불완전판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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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에서 방카슈랑스(은행 연계 보험) 영업을 담당하는 A씨는 요즘 B 손보사의 보장성 보험을 주로 판매한다. 10년간 계약을 유지하면 원금의 120%를 받을 수 있지만 중도 해지하면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조건이다.

은행으로서는 이 상품을 팔면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 보험보다 8~9배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A씨는 “수수료 수익을 높이기 위해 방카슈랑스 영업을 전사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가입 조건을 항상 설명하지만 고객이 워낙 많다 보니 불완전 판매가 생길까봐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액이 줄어드는 가운데 수수료는 오히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성 보험보다 수수료 수익이 높은 변액·보장성 보험 판매에 주력하면서다. 비이자 이익 확대가 절실한 은행과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보험사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5대銀 방카슈랑스 수수료↑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 대형은행 5곳의 방카슈랑스 판매 수수료는 지난 2분기 8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688억원)에 비하면 반년 새 25%가량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판매액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월납 환산 보험료(보험 상품에 가입했을 때 만기까지 내야 하는 금액을 가입한 개월 수로 나눈 금액) 기준 판매액은 작년 3분기와 4분기 각각 853억원과 844억원에서 지난 2분기엔 819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 3년간 판매액이 가장 많았던 2017년 1분기 월납 환산 보험료는 1156억원에 달했지만 당시 분기 수수료는 620억원에 그쳤다.

판매액이 줄어드는데도 수수료가 늘어나는 것은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많이 판매했기 때문이다. 변액·보장성 보험이 대표적이다. 최근 몇 년 새 방카슈랑스에서 이런 상품 비중이 확대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예대율 규제와 저금리 기조로 이자 이익 기반이 대폭 줄어들면서 각 은행이 경쟁적으로 비이자 이익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비이자 이익에는 방카·펀드·기업금융(IB)·외환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IB나 외환 수수료는 영업을 강화한다고 해서 바로 실적을 내기 어렵다”며 “지점을 통한 방카나 펀드 영업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은 올해 하반기부터 KPI(핵심성과지표)에 방카슈랑스 영업 실적 비중을 강화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이 보장성 보험 영업을 강화한 것도 이런 흐름을 부추겼다는 게 업계 얘기다. 2022년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 IFRS17은 저축성 보험 판매를 매출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저축성 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 보험 판매 라인업을 강화하는 상품 재편 작업을 벌여 왔다.


일각에선 불완전 판매 우려도

은행이 고수익 방카슈랑스 영업을 확대하는 것을 무조건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자 이익 기반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이자 이익을 늘려야만 금융사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나치게 공격적인 영업이 또 다른 ‘불완전 판매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복잡하게 설계된 변액·보장성 상품의 경우 구조를 완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이 고수익 보험을 많이 늘린다는 것은 고객으로서는 만기를 유지하지 못하면 돈을 잃기 쉬운 상품이 늘어난다는 뜻”이라며 “은행들이 판매할 때 상품 조건을 설명하겠지만 모든 은행원들이 완벽하게 이를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방카슈랑스 영업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서 파는 상품은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 고객이 쉽게 큰 금액을 가입한다”며 “은행의 수익성 추구가 불완전판매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방카슈랑스

프랑스어인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 은행이 보험회사 대리점 자격을 얻어 보험상품을 파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는 2003년 도입됐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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