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트레인의 다양화는 시장의 선택
-디젤 엔진, 결코 사라지기 어려울 것
장 필립 임팔라토 푸조 CEO는 "디젤은 결코 죽지 않을 것이며, 미래에는 효율이 곧 아름다움(Efficiency is New Elegance)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동시에 푸조는 유럽연합이 6개월 이후에 적용할 ㎞당 95g 이하 탄소 배출기준을 맞춰 단 1유로의 벌금도 내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그 만큼 기존 내연기관으로도 배출가스 규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21일 방한한 임팔라토 CEO는 가장 먼저 푸조의 미래전략, 그 중에서도 파워트레인의 변화에 대해 '멀티 에너지 플랫폼'이라는 표현을 썼다. 글로벌 시장의 규제가 각기 다른 상황에서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모두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이후 선택은 시장이 하도록 만든다는 얘기다. 그는 "디젤, 가솔린, 배터리 전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의 파워트레인을 골고루 발전시키고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이후 각 지역마다 필요한 파워트레인은 시장이 직접 선택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워트레인이 멀티 에너지 전략으로 바뀌어도 지난해 파리모터쇼에 선보인 e-레전드 컨셉트처럼 운전의 즐거움, 제품의 신뢰도 그리고 디자인의 간결함 등은 푸조가 앞으로 꾸준히 추진할 세 가지 성격이라고 못박았다. 그 중에서도 e-레전드는 '즐거움'에 해당하는 고성능 EV로 등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관련 기사 http://autotimes.hankyung.com/apps/news.sub_view?nkey=201810020958201)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추진하는 것과 달리 자율주행에 대한 생각은 냉정했다. 자동차회사마다 앞다퉈 소개하는 자율주행은 시장성 측면을 봐야 한다는 것. 그는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려면 제품 가격이 상당히 높을텐데 이 부분을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현재 등장하는 3단계 자율주행은 어느 정도 시장이 흡수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는 "내연기관을 BEV로 바꿀 때 비용이 추가되고, 자율주행의 단계가 오를 때도 마찬가지"라며 "4단계와 5단계를 결합하면 이동수단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고, 이 차들을 팔려면 소비자 소득이 5년 이내에 지금보다 3배 정도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시장이 수용하지 못하면 수익이 없어 상용화 자체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는 "가격에 대한 소비자 수용 문제가 자율주행의 핵심 이슈"라고 선을 그었다. 자율주행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필요성이 상용화를 좌우하는 요소라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내연기관, 특히 디젤 엔진에 대한 그의 자신감은 인터뷰 내내 넘쳐났다. "디젤 엔진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디젤 엔진의 고효율이 생존을 유지해줄 것"이라며 "푸조는 강화한 배출기준에 맞춰 단계별로 효율을 극대화한 디젤차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젤 엔진의 고효율이 소비자 비용 절감으로 연결되는 점을 주목하겠다는 의미다. 게다가 여전히 디젤차가 80%를 차지하는 나라도 적지 않다며 'TCO(Total Cost Ownership)' 측면에서 디젤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엿다.
'효율이 곧 아름다움'이라는 말은 이 과정에서 나왔다. 이동수단의 기본 발전방향은 '효율'이며, 고효율은 배출가스 저감 및 소비자 비용 부담 해소와 일맥상통해서다. 그는 푸조가 추구하는 또 하나의 제품전략은 세 가지 핵심 키워드가 있다고 전제한 뒤 "첫째는 타협하지 않는 품질이고, 둘째는 간결한 디자인, 셋째는 본능적인 주행경험"이라며 "여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은 시장이 흡수 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 디젤차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도 숨기지 않았다. 한국시장은 자동차의 품질 및 고객경험 요구조건이 높고 소비자들의 시선이 매우 까다로운 만큼 무엇을 속이거나 감추는 건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것. 이는 최근 폭스바겐 디젤 및 BMW 화재사건 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임팔라토 CEO는 지난 2017년 PSA그룹이 인수한 독일 오펠에 대한 생각도 풀어냈다. 그는 "푸조는 가장 수익성이 좋은 기업 중 하나"라며 "오펠 인수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그 이유는 외형적인 볼륨 성장에 도움이 됐고, 푸조와 오펠이 서로 잘 팔리는 국가에서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차 선호도가 높은 나라에는 오펠을 투입하고, 프랑스 제품이 강한 곳에는 푸조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의 커버리지를 높인 만큼 장점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올해 글로벌 시장 전망에 대해 자신있게 '안정세'를 점쳤다. 유럽연합과 중국 등이 안정적으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고 본 것. 그러나 그는 "물량보다 중요한 건 수익"이라며 "수익을 어디서 골고루 얻느냐가 경영적으로 훨씬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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