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준 기자] 사실 별은 요즘 ‘가수’ 별이라기 보다 배우자인 하하와 한 쌍으로 묶여 ‘하하-별 부부’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별의 음악을 좋아하는 에디터로서 이번 인터뷰에서만큼은 그의 가수로서의 면모를 더 부각시키고 또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어쩌면 가수 별과 그의 배우자, 가족은 따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아티스트의 음악적 커리어와 사생활을 지나치게 분리하려고 했던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그는 15년 만의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면서도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두 아이의 엄마였으며 지금 이렇게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가족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더 단단하고 따뜻한 음악을 들려줄 별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콘서트 준비로 바쁠 텐데 시간을 내줬다
“‘별자리 콘서트’, ‘별이 있어야 할 자리는 무대다’라는 주제로 공연을 준비 중이다. 가수에게 제일 의미 있는 장소는 무대 잖나. 무대가 그립기도 했고 작년에 ‘리브스’ 앨범이 나오긴 했지만 라이브로 팬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다. 오래 기다려준 팬들에게 선물 같은 공연을 보여드리고자 열심히 준비 중이다. 요즘엔 스케줄이 끝나면 바로 작업실에 가서 공연과 관련된 회의, 무대 연습을 하고 있다”
Q. 첫 번째 콘서트 이후 15년 만이라고 들었다. 간격이 꽤 길어졌는데
“연식이 드러나는 것 같아 좀 쑥스럽다. 어떻게 하다 보니 벌써 데뷔 16년 차가 됐다. 2002년에 데뷔해서 2003년 2월에 첫 콘서트를 열었다.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서 공연을 많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할 수 없었다. 단독콘서트를 다시 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걱정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Q. 이번 콘서트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군데군데 숨어있는 것 같다. 소극장 공연이다 보니 관객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시했다. 물론 히트곡을 들려드리고 내 목소리를 잘 전달하는 것에도 충실했다. 또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그동안은 슬프고 분위기 있는 발라드나 밝고 귀여운 이미지, 두 가지 모습만을 보여드린 것 같다. 이번에는 ‘별’이라는 사람이 가진 다양한 음악적인 면, 성격을 보여 드리려고 한다”
Q. 이런 노력을 알았는지 팬들도 매진으로 화답했다
“티켓 오픈 날 오후 7시가 되자마자 1분 사이에 매진이 됐다. 공연 기획사에는 1초 만에 매진이 됐다고. (웃음) 소름이 돋았다. 150석이 적다면 적지만 150명이 나를 위해서 돈과 시간을 지불한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신곡이 나온 후에 공연하는 것도 아니라서 티켓이 다 팔릴 거라고 생각을 안 했다. 그래서 표가 안 팔리면 나라도 사야겠다 싶어서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매진이 되더라. (웃음) 정말 감사하다”
Q. 콘서트 당일 신곡도 발표된다. 일부러 일정을 맞춘 건가
“일부러 그렇게 하려던 건 아닌데 신곡 발표일을 두고 논의하다 보니 콘서트 무렵이더라. 그러면 아예 공연 날짜에 맞춰서 공연 몇 시간 전에 발표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Q. 신곡 소개를 빼놓을 수 없다
“‘눈물이 나서’라는 곡이다. 너무 오랜만에 이런 노래를 부르게 된 것 같다. 이런 슬픈 발라드를 오랜만에 하기도 했고 예전의 ‘별’이라는 가수에 대한 향수를 가진 분들이 굉장히 반가워하실 곡이 될 것 같다. 딱 ‘별이구나’라고 느끼실 만한 곡이다. 내가 직접 가사를 쓰기도 했고 내 감성이나 목소리가 제일 자연스럽게 깊이 묻어나는 곡인 것 같다. 사실 가사 쓰는 게 힘들었다. 결혼 후에 몰입이 잘 안 돼서 가사 쓰기가 어려워졌다”
“안정적으로 잘살고 있는데 사랑이나 이별 얘기를 하는 게 좀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 편하지가 않더라. 들으시는 분들도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내 모습을 잘 아시기 때문에 몰입이 어려우셨을 거다. (웃음) 이번 곡에는 앞으로의 음악적 행보에 대한 고민과 현재 심정이 잘 드러난 것 같아 감히 자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Q. 앞서 현실과의 괴리 때문에 작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는데 자세한 얘기를 듣고 싶다
“아마 작사를 하는 사람들은 다들 비슷할 텐데 묵은 기억과 감정을 끄집어낸다. 그래서 이번에도 작업하면서 후회했던 게 ‘결혼 전에 좀 더 많이 만나 볼걸, 많이 헤어져 볼걸’하는 생각이 들더라. (웃음) 괜히 심통이 나더라. 괜히 남편한테 가서 짜증을 냈다. (웃음) 그런데 꼭 경험만 가지고 음악을 하는 건 아니다”
“사실 ‘12월 32일’을 부른 당시 스무 살이었는데 그때는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적도 없고 슬픈 감정, 헤어짐, 아픔도 모르고 (박)진영 오빠의 설명만 듣고 몰입해서 불렀다. 그런데 그 노래를 아직도 본인의 넘버원으로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있는걸 보면 경험보다는 몰입과 소화력이 중요한 것 같다. 이번 곡은 전부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경험해봤던 감정선을 가지고 가사를 썼기 때문에 표현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가이드 녹음하던 날이 생각난다. 노래를 하다가 울컥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던 게 오랜만이었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그런 감정을 가지고 만든 노래이기 때문에 들으시는 분들도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저번 앨범은 조금 가벼운 느낌이었는데
“그렇다. ‘리브스’ 앨범은 어둡고 무거운 멜로디나 가사가 아니었다. 지난 앨범이 세련되고 트렌디하게 풀어나간 앨범이었다면 이번에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대중들이 나에게 기대하고 원했던 모습을 담았다”
Q. 결혼 후에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나
“예전에는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생각이 열려 있었다.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내 나이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누구도 나를 말리는 사람은 없지만 나 스스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이렇게 해도 되나’라고 생각하면서 작아졌던 시간도 있었다. 대중들의 반응이 두렵기도 했고”
Q. 흥행에 대한 고민인가
“생각해보면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흥행만 생각하면 음악을 못 할 것 같고. (웃음) 나도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아마 다른 가수들도 볼 거다. (웃음) 좋다, 나쁘다 이런 댓글도 있지만 내 노래가 어떤 분들에게 인생의 OST 같은 의미가 있다는 글을 봤을 때 큰 감동을 받았다. 내가 음악을 계속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했다. 누군가는 내 노래를 기다리고 내 목소리를 기다린다는 것에 책임감이 느껴지더라. 어떤 사람의 인생에 내 목소리와 음악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러면서 음악을 대하는 자세도 더 조심스러워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Q. 남편인 하하도 음악을 하고 있다. 둘이서 음악적인 고민을 나누는 편인가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친구처럼 많이 나눈다. 각자 하고 있는 장르가 다르다 보니 서로 배우는 점이 있는 것 같다. 남편은 내 팬이 되어준다. 내가 노래 잘하는 걸 부러워하고. (웃음) 내가 노래하는 모습이 좋다고 한다”
Q. MBC ‘나 혼자 산다’에 나와 리얼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다. 촬영 후에 다투지는 않았나
“전혀 없었다. 평소에 늘 그런 모습이기 때문에. (웃음) 방송을 보니 스튜디오에 있는 패널들이 우리가 싸우지는 않았는지 걱정하는 모습이 나왔다. 어떤 부분에서 그런 기류를 느꼈는지 잘 모르겠다. (웃음) 우리를 잘 아는 지인들은 원래 우리 부부의 평소 모습을 잘 알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Q. 남자 또 남편으로서 하하의 매력은
“수많은 인터뷰에서 이미 말했지만 나는 다시 태어나서 결혼이란 것을 해야 한다면 내 남편하고 하겠다고 말했다. 결혼이라는 건 매력 있고 잘생긴 사람하고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친구는 여러 명 사귈 수 있지만 결혼은 딱 한 명하고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나에게 최고로 잘 맞는 사람하고 해야 하는 건데 결혼 7년 차인 지금, 아직은 이 사람보다 더 잘 맞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제일 편안하고 알맞은 사람을 만난 것 같다. 물론 싸운다. 마음에 안 들고 꼴 보기 싫을 때도 물론 있다. 너무 좋은 말만 하면 가식이다. (웃음) 어떻게 매일 좋겠나. 하지만 간혹 보이는 그런 모습 때문에 이 사람을 떠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웃음)”
Q. 오늘 인터뷰도 그렇고 두 사람 모두 가족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게 느껴진다
“나에게 가족이란 정말 한 팀이다. 정말 소중하다. 유난히 끔찍하게 서로를 생각하는 가족인 것 같다. 남편은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에게 집중해주고 내가 아프면 밖에 나가서 일을 잘 못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서로서로 그런 배려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나보다 상대방을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워 지는 것 같다. 부모가 되고 나서 더욱 그 의미가 커지는 것 같다”
Q. 다음 질문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 였는데 아무래도 지금 가장 소중한 건 가족인 것 같다
“그렇다. 가족만큼 소중한 건 없는 것 같다. 가족이 있기에 음악도 할 수 있고 일도 하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너무 소중하다”
Q. 사실 요즘엔 ‘가수 별’이라기보다 ‘하하-별 부부’의 이미지가 크다. 가수로서 나가보고 싶은 방송이 있다면
“음악인이 나갈 수 있는 방송이 많이 사라졌다. Mnet ‘쇼미더머니’를 보면 힙합 아티스트들이 너무 멋있다. 그 방송에 나가고 싶다기보다 발라드 가수들도 그런 포맷의 방송이 생겨서 나가면 어떨까 생각한다. 사실 힙합에 도전해보고 싶기도 하다. (웃음)”
Q. 가수로서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을까
“이제는 뭘 이루고 싶다기보다 16년 동안이나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고 공연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도 오래 이 일을 하고 싶다. 좋은 음악을 많이 만들고 싶다. 그래서 그 음악들이 좀 더 많은 또 새로운 분들에게 공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나는 대중가수니까. 그렇게 하려면 내가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 하겠지”
Q. ‘인간 김고은’은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나
“인간 김고은이나 가수 별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나는 좀 열심히 사는 사람인 것 같다. 뭐든 대충하고 싶지 않다. 일도 그렇고 가족이나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도. 언제 어디서나 내 역할을 성실히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Q. 마지막으로 공연장을 찾을 팬들, 음악을 기다리는 대중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내가 다른 사람들과 뭔가 대단히 달라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감사하게도 선물로 받은 목소리가 있어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직업인 것뿐이다.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싶다. 공연에 오시는 분들, 내 음악을 듣는 분들에게 ‘나 노래 엄청 잘해’, ‘내가 이런 음악을 했어’라고 뽐내는 게 아니라 정말 위로가 되고 싶고 어떤 이들의 삶 속에서 힘이 됐으면 좋겠다”
“내가 선배들의 음악을 듣고 눈물 흘리고 위로받았듯 어떤 이들의 인생 한편에 자리 잡는 가수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 더 부지런히 음악을 할 것이다. 내가 발표하는 곡이 매번 히트하지 않더라도 한 사람에게라도 위로가 된다면 계속하고 싶다. 앞으로는 공연도 자주 할 테니 나를 너무 멀고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가까이에서 계속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