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안 기자] KBS2 주말 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갑질 왕자’, ‘츤데레 짐승남’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악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김권. 극 중 금수저 아들이지만 외로움과 아픔이 있는 최문식을 연기하고 있는 그는 대체 불가능한 호연을 펼치고 있다.
삶을 담고 있는 주말 드라마에는 진부한 스토리가 있기 마련이지만 김권의 신선한 연기와 다양한 감정의 변주는 놀랄 만큼 섬세했다. 그간 호스트바 선수, 학도병, 왕따 등 데뷔 이후 줄곧 선 굵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쌓은 내공은 긴 호흡의 드라마에서도 극의 텐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드라마 촬영을 막 끝내고 촬영장에 도착한 김권은 TV 속과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연일 계속된 촬영에 지칠 법도 하지만 스스로에게 누구보다 엄격하고 신중한 잣대로 완벽한 컷을 만들어갔다. 부족한 부분은 치열하게 준비해 실망하게 하지 않는 연기를 펼쳐 보이겠다고 말하는 그를 보고 있으니 1만 시간의 법칙은 유효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Q.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 바로 와서 많이 힘들 줄 알았다. 열정적인 화보 촬영 모습에 놀랐다. 평소에 사진 촬영을 좋아하는 편인가보다
“패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화보 보는 걸 좋아한다. 신선한 사진들을 보면 영감을 얻을 때도 많고 마음에 드는 이미지는 벽에 붙여 놓기도 한다. 오늘 화보 촬영을 위해 열흘 동안 3kg 정도 체중 감량까지 했다.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Q. KBS2 드라마 ‘같이 살래요’ 출연, 긴 호흡의 작품이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힘들 것 같다
“사실 많이 힘들다. 요즘은 일주일에 5~6회 정도 촬영하고 있다. 오늘도 밥 먹고 대사 외우고 내일 아침 바로 촬영장에 가야 한다(웃음). 아마 작가님께서도 이렇게 긴 호흡의 작품을 시청자들과 소통하면서 달려가기가 쉽지만은 않을 거다. 배우들도 식상하지 않게 신선한 연기 해야 하니까 고민이 많다”
Q. 주말 드라마에 출연하면 아무래도 인지도가 상승했을 텐데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지 않나
“밥 먹을 때는 신기할 정도로 많이 알아봐주신다. 얼마 전에는 곤드레 밥집에 갔는데 거기 계신 80%의 어르신들이 알아보고 인사 해주시고 먹을 것도 잔뜩 챙겨 주시더라. 주시면서 착해지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하고(웃음). 아무래도 악역이다 보니 욕먹을 각오로 시작했는데 역시나 초반에는 욕을 많이 먹었다. 중반부부터는 짠 내 난다는 의견을 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악역도 악역이지만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잘 봐주시는 시청자들이 계시더라. 그래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연기도 그렇고, 오늘 촬영도 그렇고 스스로 엄격한 것 같더라
“뭘 하든지 자신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무조건해야 되는 성격이다. 죽도록 연습을 하고 나서 못하는 거랑 연습하지 않고 못 하는거랑은 다르지 않나. 촬영장에서도 오케이 사인을 받아도 다시 해보겠다고 한 적도 많다. 슛이 들어가는 순간 연기자들은 집중하기 시작하는데 희한하게 그럴 땐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지더라. 그러면서 욕심이 생기는 거고. 다시 하고 나면 오케이 사인 났던 컷이 마음에 들긴 하지만(웃음)”
Q. 그동안 선 굵은 캐릭터를 보여줬다. 이번 작품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부모님 영향이 크다. 워낙에 주말드라마 팬이시기도 하고 나 자신도 긴 호흡의 작품을 얼마나 잘할지도 궁금했다. 미니시리즈 2편과 주말드라마 캐스팅이 동시에 됐는데 이번 만큼은 부모님께 의견을 여쭤봤더니 주말드라마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또 선생님들과 함께 연기 해볼 기회이기도 했고”
Q. 유동근, 장미희 등 대선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너무 행복하다. 우선 유동근 선생님은 볼 때마다 감동한다. 호랑이 선생님일 줄 알았는데 누구보다 소통을 많이 해주신다. 얘기도 다 들어주시고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주신다. 심지어 유머까지 겸비했는데 흔히 말하는 아재 개그가 아닌 젊은 세대들도 다 공감할 수 있는 센스까지 탑재하셨다. 또 연기할 때는 놀랍도록 집중해주셔서 함께 호흡 맞출 때는 생각 이상의 연기가 나오게 이끌어주시기도 한다. 장미희 선생님은 다방면으로 센스가 탁월하시다. 패션이면 패션, 카메라에 조명까지 전문적으로 잘 알고 있으시다. 아직 낯설고 부족한 나를 이끌어 주시려는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다. 또 귀여운 매력까지 있으시니까 진짜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다(웃음). 얼마 전에 장미희 선생님께서 몇 달 뒷면 끝나는데 정이 많이 들어서 어떡하냐는 말씀을 하시더라. 그 말을 듣고 가슴 한편이 찡했다. 어렵기만 했던 선배님들인데 언제 또 이런 현장에서 이분들과 함께 할 수 있나 싶다. 아마 몇 천만 원을 주고도 못 들을 연기 레슨을 받고 있는 기분이다”
Q.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
“금새록 씨가 많이 맞춰보려고 하고 워낙 밝고 긍정적인 친구고 독기도 있어서 이 친구는 진짜 잘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무언가 만들어가려고 노력하는 연기자다”
Q. 외로운 금수저 아들이자 악역인 최문식 캐릭터, 악역이지만 왠지 짠하기도 하고 연기하는데 힘들 것 같더라
“문식이는 아픔이 너무 많다. 외로움도 크고. 긴 호흡 동안 문식이로 살고 있다 보니 흐름이 끊길까 봐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문식이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달고 산다. 캐릭터를 계속 생각하면서 그 감정들을 유지하려고 한다. 스스로도 정신적으로 나약하고 기복도 심한 편인데 문식이를 연기하며 힘든 부분도 있다”
Q. 문식이와 김권 씨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독한 부분이 비슷하다. 어떤 순간에 모멸감을 받으면 거기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노력하는 타입이다. 그런 것들이 나를 성장 시키는 원동력인 것 같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끝까지 해보려는 집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은 문식이가 츤데레로 나오는데 그 부분도 비슷한 것 같다. 사실 생색내고 뭘 못하는 편이다”
Q. 극 중 짝사랑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또 실제 김권 씨는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건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정말 아무도 모른다. 사실 문식이는 사랑을 얻는 방법을 모른다.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캐릭터니까…. 구질구질하게 질척거리면서 옆에서 사랑을 갈구하지 않나. 그런 것 또한 이기심이라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포기를 잘한다. 처음엔 뭐라도 해보겠지만 아무래도 나이 들면서 포기할 줄도 아는 것 같다. 그러면서 혼자 소주 마시기도 하고(웃음)”
Q. 연기 혹평이 없던데 가족과 지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사실 친구들은 그 시간대에 나가 놀기 바빠서 못 보는 거 같고 가족들은 보고 나서도 스트레스 받을까봐 별다른 말을 안 하더라. 선배님들도 댓글 보지 말라고들 하셔서 일부러 인터넷도 안하고 댓글도 보지 않으려고 하는데 아예 안 보지는 않았다(웃음). 최근에는 좋은 말들이 많다고 해서 댓글을 좀 보고 있다(웃음). 초반에 나쁘게만 나왔을 때도 욕을 많이 먹을 줄 알았는데 문식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했다”
Q. 훤칠한 외모, 연예계 데뷔하면서 아이돌 해 볼 생각은 안 했는지
“잘생긴 건 아니다. 외모에 인위적인 모습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더 연기를 열심히 하려고 한다(웃음)”
Q. 잔상이 진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는데 김권 씨만의 몰입법이 있을까
“‘내가 곧 그 캐릭터다’ 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길 가면서도 계속 생각하고. 한번은 화를 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길에서 생각하는데 그냥 눈물이 주르룩 흐르더라. 무의식에 계속 캐릭터를 집어 넣는 거다. 결국 그게 도움이 되더라”
Q. 지난번 인터뷰 때는 악역이나 콤플렉스가 있는 인물을 맡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 캐릭터가 딱 그렇다. 아무래도 하고 싶은 배역이 많을 텐데 그중에서도 욕심나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러고 보니 그렇다. 연산군 같은 폭군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웃음). 아주 섬세한 멜로를 해보고 싶다. 감정의 털끝부터 시작하는 그런 멜로. ‘밀회’에서 선재 역할이 엄청 섬세하지 않았나. 그렇게 말 한마디로 경험할 수 있는 멜로물을 해보고 싶다. ‘보이스’같은 장르물도 해보고 싶고. 연륜이 쌓이면 어려운 자의 입장에서 맞서 싸우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예전엔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고민 없이 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못 하겠다.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연기를 해보는 게 막상 다른 걸 알아서인지… 아무튼 연기는 하면 할수록 모르겠고 예측할 수도 없다”
Q. 매니저가 인정하는 미슐랭이라는 소리가 있을 만큼 미식가라고 하던데
“밥 시간 때가 되면 맛집 검색을 해서 데리고 간다(웃음). 예능 프로그램도 전부 음식 관련 프로그램만 본다. 아마 ‘수요미식회’에 출연하게 된다면 음식에 대해 거짓 없이 평가할 수 있다. 얼마 전 ‘나 혼자 산다’에 화사 씨가 나오는 걸 보고 나도 참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출연 욕구가 생기더라. 화사 씨처럼 자연스럽게 맛있게 먹을 줄 알기 때문에. 집에서 음식은 잘 만들어 먹는 편은 아니지만 주로 편의점에서 사 온 음식을 업그레이드해서 먹는 걸 좋아한다”
Q. 평소 친하게 지내는 배우가 있다면
“최근에 친해진 고보결 누나. 연기 이야기를 할 때 진정성이 느껴진다. 대화를 하다 보면 배울 점이 많다. 또 지금 드라마 함께 하는 있는 배우들과도 친하게 지낸다. 서로가 챙겨주는 분위기다. 사소한 말 한마디나 문자로도 마음을 전하고 시간이 될 때는 밥 먹자고 먼저 연락도 하고. 함께하는 배우들이 너무 좋고 사람 냄새나는 현장이라 감사하다”
Q. 탄탄한 몸매 관리에 관해 물어보려고 했지만 매일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니 체력 관리라고 하는 게 맞겠다. 어떻게 관리 하는 편인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꼭 운동하려고 한다. 촬영 없을 때 헬스장에서 1일권 끊고 두시간 정도 운동하고 많이 먹은 날 다음 날엔 절제하고. 그래도 촬영할 때만큼은 식단 조절 없이 먹고 싶은 거 다 먹는다(웃음)”
Q. 이상형 질문도 빠질 수 없는데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다들 이상형과 사귀지 않지 않나. 어떤 부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만의 꽂히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연기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Q.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신뢰 가는 사람. 신뢰하는 배우에겐 설렘이 생기지 않나. 어떤 작품을 하는지 궁금하고 찾아서 보게 되니까. 나 또한 관객 입장에서 기대가 되는 배우들이 있는데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Q.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점점 느끼는 거지만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난 아직 겁쟁이라 내 목소리를 낼 때도 있지만 무서움과 두려움이 많기 때문에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내 지식과 지혜로 내면이 단단해져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무엇이 행복일까 생각 해봤는데 많이 가지지 않아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
Q. bnt 독자들과 팬들에게
“아마 나를 많이 알지 못하고 인터뷰를 읽으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정말 솔직하게 인터뷰했으니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궁금증을 가지고 바라봐 주시면 실망하지 않도록 치열하게 준비하고 연습해서 연기할 테니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
에디터: 우지안
포토: 김하루
의상: 슬링스톤, 헤타, 홀리넘버세븐, 에드, 제너럴아이디어 스탠다드
슈즈: 더블다운
주얼리: 포트레잇 리포트
헤어: 에이바이봄 수퍼센스에이 노혜진 부원장
메이크업: 에이바이봄 수퍼센스에이 박장연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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