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입법조사처, EV는 전력 생산 때 오염
-전력생산 방식에 따라 오히려 오염 늘릴 수도
친환경차 보급 목적에 따라 보조금을 통해 판매되는 배터리 전기차(Battery Electric Vehicle, 이하 BEV)가 내연기관 대비 친환경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수력 및 원자력 비중이 높은 노르웨이나 프랑스는 BEV 도입 효과가 크지만 석탄화력 비중이 높은 한국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다.
지난해 12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친환경자동차법'의 전기자동차 구매지원제도에 관한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BEV의 친환경성은 각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나 아직 이에 대한 정확한 연구나 평가는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고서는 서울의 휘발유 자동차가 전기차로 대체될 경우 서울 지역에는 도움이 되지만 석탄 화력발전소가 다수 소재한 지역에는 추가적인 환경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BEV 보급에 따른 미세먼지 개선 등 기대 효과 발생 여부에 대해선 향후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의 배경으로 보고서는 BEV의 친환경성을 배출가스로만 한정해선 안 된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른바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각종 원자재의 채굴, 수송 및 부품의 제작과 가공에 소요되는 모든 에너지와 원료를 고려한 '웰투휠(Well to Wheel)'로 접근해야 정확한 친환경성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를 기준으로 2016년 환경부가 수행한 '자동차 온실가스 라이프 사이클 DB 구축 및 분석' 연구는 범위에 따라 BEV의 친환경성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설명했다. '생산-폐기' 과정을 고려할 때 1,450㎏인 BEV가 1㎞ 주행하면 49.12g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내연기관의 44.55g보다 많은 반면 '운행'만 기준하면 1㎞당 BEV는 86.9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137g의 경유차와 177.4g의 휘발유차 대비 훨씬 적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연기관차의 기술 발전 및 전력생산변화 등을 고려할 때 BEV와 내연기관차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BEV는 추가적인 효율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내연기관은 지속적으로 효율 향상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다.
-BEV, 주행거리 오래될수록 친환경 효과 높아져
-Well to Wheel 개념으로 접근해서 분석해야
보고서는 지난 2016년 미국 소비자보호협회 및 컨설팅기업인 아서 D.리틀의 분석을 인용해 BEV의 환경 비용이 크다는 점도 언급했다.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BEV는 동일 크기의 내연기관에 비해 5.4~7.6t의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사람의 평균 수명을 20일 감소시켜 내연기관의 6일보다 높은 수준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전체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담수 오염 또한 내연기관의 2배에 이르며, 2차 오염물질 생성 비율도 3배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20년간 15만마일 주행을 가정할 때는 BEV가 내연기관 대비 19%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하지만 BEV의 경우 내구성 등에 관한 사항이 아직 불확실하기에 조기폐차 때 온실가스 감축폭은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구의 모든 차가 BEV로 바뀌어도 감축 가능한 온실가스 수준은 현재 대비 1.8%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BEV의 친환경성 평가는 각 나라의 전력생산방식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만큼 전력생산의 99%를 수력으로 생산하는 노르웨이나 70%를 원자력이 담당하는 프랑스는 BEV 보급에 따른 환경개선 효과가 크지만 석탄화력이 45% 비중인 한국의 경우 환경개선 효과가 이들 국가에 비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화력발전소와 같이 고정된 대기오염 배출원의 경우 오염배출 저감 장치 설치가 쉬워 전체적인 대기오염 관리에는 유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오염물질의 이동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도 분명히 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내놓은 '전기자동차 보급에 따른 지역 간 오염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 영향 분석'에 따르면 BEV 보급 때 화력발전소 인근 지역으로 오염물질을 전가(export)하는 효과가 나타나는데, 지역별 환경비용은 전기차 1㎞ 운행시 화력발전소가 많은 충남 1.71원, 경남 0.99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반해 서울은 0.005원, 제주는 0.04원이다.
이와 함께 BEV 확대에 따라 도로오염원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민저(PM2.5)는 감소하지만 전력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양이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2030년까지 세계 평균 수준으로 전기차가 보급될 경우 도로오염원에서 PM2.5는 0.653㎍/㎥가 감소하지만 발전부문은 1.147㎍/㎥이 증가해 전국적으로 평균 0.494㎍/㎥ 정도 오히려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이어서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BEV 보급만으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른 전기차보급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나 실제 BEV가 가져오는 환경개선효과는 제대로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며 BEV와 내연기관의 1:1 비교가 아닌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른 지역별 환경편익과 비용으로 구분해 BEV 보급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토대로 각 지역별로 차등화 된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이 이뤄져야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환경노동팀이 주도해 발간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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