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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범죄도시’ 윤계상, 경험과 의미에 가까이 다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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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주 기자] 종잡을 수 없다.

불안한 열아홉 청춘으로 시작해서 6년째 연애중인 남자도 되보고 잘나가는 유흥업소 종업원이었다가 변호사로 변신하기도 하고. 가수 god 출신인 배우 윤계상이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은 참 다양하다.

“전 의미 없는 것은 절대 안 해요. 제가 꼭 필요한 작품인건지 소모품으로 쓰이고 마는 건지, 만약 소모품이라면 어떤 의미의 소모품이 되는 건지 알아봐요. 흥행이나 작품사이즈를 떠나서 꽂히면 하는 편이죠. 단 의미 있는 역할로.”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로 돌아온 윤계상은 ‘의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반대로 이번 영화에서 윤계상이 맡은 신흥범죄조직의 보스인 장첸은 어떠한 일에 의미 따위 두지 않는 극악무도한 악역 중 가장 잔인한 악역이었다.

“죄책감이 절대 없는 사람이에요. 인간적인 감정이 없는 사이코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사람 죽이는 것을 돈 버는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오로지 돈. 이런 인물은 처음이에요.”


영화 속 장첸은 거칠고 숨 막힐 정도로 무섭다. 그에게 제안이란 없다. 매 순간 상대 배우는 장첸이 시키는 무언가를 하거나 아니면 죽임을 당한다. 이런 제안 아닌 제안을 할 때 장첸의 눈에서 나오는 공포감은 대단하다. 그 공포의 밑바탕은 정말 죽일 거라는, 또 그럴 수 있다는 장첸의 자신감에서 비롯됐으리라.

“그 눈빛은 제가 봐도 무섭더라고요. 도깨비 눈이라고 하죠? 제 눈이 흰자가 많이 보이는 눈이거든요. 하하. 굉장히 위협적이죠. ‘죽을래 살래’하는 판단을 가져다 놓으니까. 장첸은 동물적인 사람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의 말이 바로 죽일 수 있다는 공포로 다가와야지 위협이면 똑같이 덤벼들었을 거예요.”

이어 윤계상은 이번 영화에 대해 아쉬웠던 장면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이번 영화를 연출한 강윤성 감독의 정확한 판단력 때문이라고.

“감독님이 편집을 잘해주신 것 같아요. 감독님이 편집하실 때 장첸의 잔인함이 혐오감으로 보였던 장면들도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보기 불편한 장면들은 다 잘라내셨어요.”

이러한 극중 장첸 역을 소화하기 위해 심리적인 압박감도 분명 있었을 법한데 윤계상은 “전혀 없었어요. 어떤 일에 있어서 고민하고 그게 겹겹이 쌓여서 어느 순간 망설이게 되는 포인트가 착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게 되는 경계잖아요. 근데 악인은 그런 고민 없이 그냥 죽이면 되니까. 누군가를 죽이는 충실도만 있으면 되니까 오히려 연기하기가 쉽죠”라고 의외의 답변을 전했다.


이렇듯 심리적 압박감은 없었지만 신체적인 고통은 있었다고. 바로 긴머리 분장이다.

“의욕에 불타서 붙였어요. 하하. 자의로 연출했던 건데 처음엔 조금 당기는 느낌이었는데 점점 지나면서 피까지 나고 고문을 당하는 느낌이었어요. 근데 한번 붙이면 세 달 동안 해야 하니까 떼어지면 붙이고 또 붙이고 하면서 정말 고통스러웠어요. 머리의 무거운 무게감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윤계상의 치열한 노력 끝에 언론 시사회와 일반 시사회를 통해 ‘범죄도시’를 본 관객들의 호평은 넘쳐났다. 배우로 데뷔한 지 14년이 된 그에게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이에 대해 그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라 말했다.

이어 윤계상은 “그때가 오면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가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연기는 절대 순간적으로 느는 것 같지 않고 겹겹이 쌓이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역할을 계속 찾는 게 숙제예요. 어떤 것을 반복한다는 건 안정기에 접어든 배우들이 영화에 표출하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시도를 계속 해야 할 단계죠”라 밝혔다.

더불어 윤계상은 ‘경험의 힘’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오디 시절부터 배우 생활까지 다 쓸모가 있어요. 배우한테 경험이 많다는 건 큰 재산이니까. 그 경험치가 분명히 쓸모가 있죠. ‘풍산개’때 눈빛이 장첸을 연기하게 했고, 액션을 하기 위해서 드라마 ‘라스트’에서 했던 원펀치 액션이 쓸모 있었고. 만약 가수 역할을 맡게 된다면 지오디 출신이니까 잘하겠죠”라 전했다.


윤계상의 말처럼 그동안의 의미 있던 경험들이 거름이 되어 지금의 윤계상을 만들었다. 계속해서 배우의 자리를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준 그. 이에 윤계상은 탐하지 않고 급하게 가지 않았던 것이 자신을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은 윤계상이 주연인 이번 영화 ‘범죄도시’가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할까.

“조선족들의 이야기인데 이와 관련해서 논란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안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범죄도시’는 2004년도에 실제 있었던 일을 재구성한 이야기예요. 그냥 시원하고 통쾌한 오락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하. 절대 실패하지 않으실 겁니다. 적어도 돈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드실 거예요.”

한편, 배우 윤계상의 첫 악역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 ‘범죄도시’는 금일(3일) 개봉한다.(사진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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