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료효율은 도심과 고속도로, 복합 기준을 구분해서 표시한다. 같은 차여도 주행상황에 따라 에너지 소비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는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상황과 정속주행이 가능한 구간의 효율을 병기하고, 이를 가중 평균해서 구한 복합 효율 정보를 안내한다.
통상 내연기관차는 도심 효율보다 고속도로 효율이 더 좋다. 정속주행의 효과 덕분인데, 충분히 높은 변속기 기어가 물린 상황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사실 정속주행의 효과는 생각 이상으로 대단하다. 400마력 이상의 고성능차도 시속 100㎞ 내외로 정속주행하면 전체 출력의 25~30%만 사용해도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서 V형 8기통 이상 엔진에선 종종 실린더 휴지 기술이 적용되기도 한다. 힘이 적게 드는 구간에선 실린더의 일부만 작동해 연료소모를 줄이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실린더 휴지 기술이 가장 빛을 발하는 때가 바로 정속주행 구간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전기차는 반대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도심 효율이 고속도로 효율보다 높다. 왜 그럴까? 우선 전기차 변속기는 사실상 1단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는 변속기가 없는 1단 감속모터를 사용한다. 전기모터는 가동 직후 최대 토크를 발휘하고, 고회전 구간에 진입하기 전까지 토크가 일정하다. 2단 이상 전기차용 변속기의 개발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머문다.
이 같은 전기차의 특성은 출발 가속 시 내연기관차보다 압도적인 이득을 가져온다. 모든 물체는 정지 상태에서 움직이기 시작할 때 큰 저항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만히 서 있는 물체를 움직이려면 계속 이동 중인 물체의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기모터는 가동 직후부터 효과적으로 큰 힘으로 차를 움직일 수 있는 반면 내연기관은 큰 힘을 발휘하기까지 저단에서 힘겹게 피스톤을 움직여야 한다. 그만큼 에너지 소모도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장치도 도심 주행 상황에서 효율 개선에 크게 이바지한다. 전기차는 감속 상황에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로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한다. 버려지는 에너지로 배터리를 채우는 시스템은 그 자체로 효율 개선을 위한 기술자들의 고심을 상징하고 있다.
전기차 민간보급이 진행되면서 고속도로에서 효율이 더 높게 나온다는 경험담도 들려온다. 전기차는 주행 습관에 따라 효율이 천차만별인데, 탄력주행을 최대한 활용하고 도로 상황을 예측하며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하면 효율이 좋아진다는 주장이다. 한 완성차 업체 전기차 제품 담당자는 "전기차 구매 후 3~6개월 정도 불편하다는 반응이 일반적"이라며 "그러나 전기차에 익숙해지면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운전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주행습관이 자동차 운행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전기차를 통해 새삼 알게 된다는 의견도 많이 접수된다"고 덧붙였다.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내연기관보다 짧다. 충전하는 과정은 주유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불편하다. 편리함을 기준으로 두면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런 단점이 때로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기도 한다. 효율적인 운전습관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적인 개선만큼이나 이용자들의 제품 이해도 중요하다. 아는 만큼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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