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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인터뷰]‘응답하라 1988’ 동룡 아빠 유재명의 멜로, 영화 ‘해수탕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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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연 기자] 2015년 한국 영화 시장의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영화 ‘베테랑’, ‘암살’, ‘국제시장’이 천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으며 해외 블록버스터 영화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박스오피스를 지켜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상업 영화뿐만이 아니다. 어느 해보다도 볼거리가 많았던 2015년 상업 영화의 선풍이 독립 영화계에도 불어왔기 때문이다.

다양한 단편영화 중 심민희 감독의 영화 ‘해수탕여인’은 올해 ‘제 2회 DMC 단편 영화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인 황금부엉이상을 수상해 영화인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특히 ‘응답하라 1988’에서 동룡 아버지 역을 맡은 배우 유재명과 베테랑 뮤지컬 배우 문희경의 연기가 주목을 끌었으며 감독의 영화적 시선이 좋았다는 평이다.

목욕탕을 운영하던 중년 여성이 우연히 한 남성에게 설렘을 느끼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매력적으로 담아낸 영화 ‘해수탕여인’. 인간의 본능과 섹슈얼리티에 초점을 둔 영화 ‘해수탕여인’의 심민희 감독을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1. 2012년 영화 ‘홍제천 후리덤’ 이후 두 번째 연출이다. DMC 단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부엉이상을 수상한 소감은? 처음 받은 상이라 개인적인 의미가 크다. 앞으로도 영화를 계속 해도 좋다는 격려를 받은 것만 같다.

2. 영화 ‘해수탕 여인’은 한 중년 여성의 본능에 초점을 둔 영화다.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최초의 출발 지점이 궁금하다. 기획 단계부터 본능에 초점을 둔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목욕탕 건물 옥탑방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어 목욕탕 이야기를 써야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당시 목욕탕 주인 아줌마에게서 받은 느낌은 외로움과 쓸쓸함이었는데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인간의 본능 중 하나인 섹슈얼리티를 다루고 있었다. 쓰는 와중에 깨달았다. 이후 본능에 좀 더 초점을 맞춰 시나리오를 고쳤다.

3.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주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성보다 본능이 한 인간을 더욱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스스로를 매우 사회화된 인간이라 평가 하지만 종종 사람들 속에서 진짜 내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사회적 통념에 익숙해지고 타인의 눈치보기에 바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무엇을 욕망하는지 무뎌진 이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4. 베테랑 뮤지컬 배우 문희경, ‘응답하라1988’ 동룡 아버지 역의 유재명 등 내공 있는 배우들과 함께 했다. 섭외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다. 배우를 선정한 특별한 기준이 있는가


배우 문희경- 영화 ‘좋지 아니한가’를 다시 보면서 문희경 선배님이 영화 속 여인 역에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첫만남 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고 우려와 달리 시나리오를 마음에 들어 하셨다. 또한 여성감독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며 그 자리에서 노 게런티로 출연을 수락하셨다. 선배님께서 여인을 해주셨기에 마냥 외롭고 우울한 중년 여인이 아니라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로 거듭날 수 있었다.
배우 유재명- 중년 남자 역의 재명 선배님은 예전부터 알던 사이다. 재명 선배님은 중년 남성의 멋과 쓸쓸함을 갖고 있다. 때문에 영화 속 여인에게 이성적 대상이 되는 일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재명 선배님과 대화 중에 인상적인 얘기가 있어 옮겨보면 선배님은 이 시나리오를 ‘외로운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외로운 남자의 모습을 멋지게 연기해주셨다. 요즘 ‘응답하라 1988’에서 동룡 아버지 역을 맡아 감칠맛 나는 사투리 연기로 사랑 받고 계시지만 멜로 장르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멋진 배우다. 문희경 선배님과 연출부 모두 공감했다. 더 많은 매체에서 선배님의 멜로 연기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5. 영화 속에 파격(?)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가장 많이 기억할 장면인 것 같은데 대역 없이 배우가 직접 소화했는가 그렇다. 재명 선배님의 노출이 있다. 대역 없이 직접 연기해주셨다. 선배님도 시나리오를 보고 걱정하셨지만 막상 촬영 때는 노출 부위가 너무 예뻐서 놀랐다. 스텝들 모두!

6. 영화 속 소품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면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다양한 과일이라던가 어렸을 때 목욕탕 건물에 살았던 기억 때문인지 촬영 전 장소에 대한 이미지가 명확한 편이었다. 또한 평소 소품과 미술에 관심이 많아 여인의 감정변화에 따라 소품들도 같이 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7.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앞서 언급했던 노출 씬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름 민감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사전에 소수의 스텝만 남기로 했다. 하지만 오케이 사인이 난 후 현장을 둘러보니 여자 스텝들만 남아 있었다. 중년남자 배우의 노출 씬이라 여자 스텝들이 최소로 남는 것이 맞는데 말이다. 이유를 물으니 스텝들 모두 자기가 중요한 스텝이라고 말했다.

8. 저예산 독립영화의 경우 제작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다 알고 있다. 사전 제작 과정부터 후반 작업까지 난항에 부딪힌 적은 없는가 사비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 영화 찍기 전 아르바이트로 밑천을 만들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친한 친구가 후원회장을 맡고 지인들에게 결혼 축의금 받듯이 학생은 5만 원 직장인은 10만 원씩 모아주었다. 그렇게 모은 돈이 약 200만 원 가량 됐다. 지원해준 친구들에게 항상 감사하다. 나머지 제작비 절반은 영상진흥위원회 사전제작지원사업을 통해 지원 받았다. 학교 동기 및 선후배들과 배우분들이 최소한의 돈만 받고 참여해주셨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았기에 영화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9. 환경이 허락했다면 좀 더 욕심 내고 싶은 부분은 없었는가 영화를 완성하고 나니 영화가 러닝타임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았다. 아직은 역량이 부족 하지만 중년 여인의 삶을 좀 더 심도 있고 재기 발랄한 장편으로 연출해보고 싶다.

10.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는가? 어떤 색깔의 영화를 선보일지 궁금하다 평소 섹슈얼리티에 관심이 많긴 하나 장르에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 곧 찍을 졸업 영화에서는 어느 병약한 남자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다. 어렸을 때 봤던 주변에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던 어른의 모습에서 모티브를 많이 따오는 것 같다. 주제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아직 심오한 철학이나 중심이 없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행복한 것이 가장 주된 관심사다. 주변이들의 예쁜 모습 그리고 그들이 행복해지는 이야기를 계속 연출하고 싶다.

11. 영화를 본 혹은 볼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본능에 충실하며 살아요(웃음). (사진출처: 영화 ‘해수탕여인’ 포스터 및 스틸컷,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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