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동차 내수 시장을 이끄는 차급은 단연 SUV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뜨거운 차급이 있다. 바로 플래그십이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내수 승용 시장은 '세단 침체-SUV 약진'으로 요약된다. 실제 국내 5개사의 승용 판매 중 세단 비중은 60.1%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2%보다 9.5%P 감소했다. 같은 기간 SU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8.7% 증가했으며, 비중 역시 39.9%로 지난해보다 8.1% 늘었다.
SUV 약진은 활발한 신차 출시를 비롯해 소형 SUV의 확대 등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특히 소형 SUV의 경우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를 시작으로, 올해 출시한 쌍용차 티볼리가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출시한 기아차 쏘렌토 역시 판매가 꾸준하며, 현대차가 투싼 완전변경 신형을 내놓으며 극대화됐다. 실제 투싼은 지난달 9,255대가 판매돼 시장을 평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들의 생활방식 변화 또한 SUV 확대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가족 단위의 여가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 이에 따라 실용적이면서 4WD를 장착해 험로 주파 능력이 뛰어난 SUV 인기가 덩달아 상승했다. 중형 차급 이상은 가격이 부담스러운 젊은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형 SUV로 눈을 돌렸다.
이런 SUV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소비자 생활방식이 단 번에 바뀌지 않을뿐더러 이제 막 SUV 저변이 넓어지기 시작해서다. 해외 역시 비슷한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강세가 어디까지 유지될 것인 지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다. 국산차와 수입차 가리지 않고 SUV 신차를 쏟아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 기아차의 경우 스포티지 아랫급의 소형 SUV를 계획 중이다. 수입차 역시 작은 SUV에 주목해 지난해 푸조 2008, 올해 짚 레니게이드(출시 예정) 등 다수의 신차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SUV에 버금가는 주목 차급은 플래그십이다. 특히 벤츠 S클래스의 기세가 놀랍다. S클래스는 올해 누적 판매가 4,244대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고성능 버전인 AMG, 최고급 트림인 마이바흐를 제하고도 3,908대를 기록, 지난해 4,602대의 상반기 판매기록을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플래그십은 단순 판매대수만으로 가치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가장 강력한 캐시카우 역할이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과 고급 소재가 아낌없이 사용되는 만큼 수익 또한 높은 것. 지난해 BMW에 밀려 실적 2위를 차지하고도 벤츠와 벤츠 판매사의 표정이 어둡지 않았던 배경이다.
따라서 플래그십 우열은 브랜드의 자존심으로 이어진다. 특히 벤츠의 라이벌 BMW의 경우 7시리즈가 S클래스에 완패, 체면을 구겼다. 실제 7시리즈는 지난해 1,897대로 미진했으며, 올해 역시 4월 현재 누적 354대에 그쳤다.
때문에 BMW는 올해를 벼르고 있다. 오는 8월 글로벌 공개를 앞둔 신형 7시리즈를 지체 없이 국내 출시하겠다는 것. BMW 본사서도 한국의 플래그십 시장 저력을 높게 평가, 출시 전 국내 시험주행으로 지원 중에 있다.
S클래스가 확장한 수입 플래그십 시장은 다른 브랜드에게도 큰 기회가 될 전망이다. 캐딜락 또한 내년 상반기 플래그십 CT6의 출시를 예고했고, 볼보는 플래그십 상징성에 SUV 열풍을 가세한 XC90를 판매할 예정이다. 인피니티는 Q70의 길이를 늘린 Q70L을 지난 서울모터쇼에서 소개,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벤츠 또한 플래그십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마이바흐 풀만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 역시 도전하는 형국이다. 올해 말 에쿠스 완전변경 신형을 선보이는 것. 더욱이 자율주행 기술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첨단 기능을 넣을 방침이다. 브랜드 파워는 수입차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높은 상품력을 어필할 방침이다.
박재용 자동차 평론가는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은 SUV와 플래그십을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SUV에 버금가는 플래그십은 수익원이자 브랜드의 얼굴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래그십 시장은 최근까지 그들만의 리그로 꼽혔지만 벤츠 S클래스가 틀을 깨고 시장 확대 가능성을 입증했다"며 "여기에 자극받은 많은 브랜드가 올해와 내년을 기해 시장에 신형을 적극적으로 낼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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