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7 회복 더디고, K9 가격 인하에도 부진
기아자동차가 브랜드 파워에서 결국 현대차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K7과 K9이 그랜저와 제네시스에 근접조차 못한 채 내리막을 걷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기아차가 줄곧 내세웠던 역동 이미지가 오히려 중대형차에선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뒤늦게 가격까지 내리며 판매증대를 꾀하는 중이지만 한번 실추된 제품 이미지를 높이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2일 양사의 판매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그랜저는 8만8,520대가 판매됐다. 반면 K7은 2만169대에 머물렀다. 2009년 등장 이후 2010년 판매량이 4만2,544대로 3만2,893대에 그친 그랜저 벽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특히 현대차가 5G 그랜저를 내놓은 2011년 판매량은 2만3,708대로 전년 대비 반토막나면서 그랜저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플래그십으로 내놓은 K9은 더 심각하다. K9은 지난해 7,599대 판매에 그쳐 제네시스의 1만8,076대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했다. 당초 수입차를 겨냥했지만 소비자들이 오히려 제네시스 쪽으로 몰리면서 또 다시 형님 벽에 부딪쳐야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2월까지 현대차 그랜저는 1만5,320대가 판매됐지만 K7은 4,822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K9 판매량도 1,010대로 제네시스의 2,094대의 절반 수준에 턱걸이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동호회연합 이동진 대표는 "중대형을 놓고 저울질 하는 소비층일수록 브랜드 이미지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경향이 높다"며 "기아차가 현대차의 브랜드 장벽을 넘지 못한 결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아차가 내세운 역동 이미지가 중대형에선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며 "그렇다고 이제와 역동 이미지를 외면할 수도 없는 만큼 중대형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 기아차는 K9 가격을 300만원 가까이 내렸다. 어떻게든 K9의 판매량을 끌어 올려 자존심을 회복해보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기아차의 기대만큼 판매량이 늘어날 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아차 관계자는 "두 차종의 판매 증진 방안에 대해 나름대로 고심 중"이라며 "관건은 소비자 시선을 되돌리는 것인데,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기아차 내부에선 K9의 디자인에서 실패 원인을 찾는 이도 적지 않다. 기아차 관계자는 "K9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게 부담이 된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며 "그러나 표면적으로 드러내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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