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부사장 "해외 포트폴리오 안정적·엔저 대응능력도 강화"
"과거 엔저 국면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곤욕을치렀지만, 이제는 도요타와 진짜 경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장인 박홍재 현대자동차[005380] 부사장은 24일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주최한 자동차시장 전망' 세미나에서 초엔저 시대가 장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박 부사장은 엔화 값이 달러당 120∼130엔대까지 내려가는 초엔저 시대가 2018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장기집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데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어 아베노믹스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초엔저 현상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현대·기아차에는 악재다.
도요타는 2005∼2007년 엔저 국면에서도 공세적인 양적 확대 전략을 펼쳤다.
도요타는 당시 미국 텍사스주에 픽업트럭 전용공장을 설립했는가 하면 친환경차 프리우스를 미국 시장에 출시한 뒤 렉서스 판매를 확대해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후광효과를 극대화했다.
박 부사장은 "당시 도요타는 (성장을) 멈추기는 어렵겠다고 느낄 정도로 강한회사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또다시 엔저 시대가 돌아왔지만 이제는 "경쟁해볼 만한 상대"라는 것이박 부사장의 판단이다.
도요타는 무리한 확장 정책을 펼치다 2008년 금융위기와 대규모 리콜, 동일본대지진 등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 때문에 이번 엔저 시기에는 안정적인 성장 기조하에서 장기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부사장은 "도요타는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공략하고, 장기적으로는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 투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대·기아차의 상황도 당시와는 다르다"면서 "전 세계 시장에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엔저 대응능력을 키웠기 때문에 이제는 (도요타와) 진짜 경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 부사장은 최근 자동차 시장이 150년 자동차 산업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자동차 시장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으로 크게 나뉘었다면 이제는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내에서도 국가에 따라 편차가 나고, 한 국가 내에서도 소득수준 등에 따라 소비자들의 선호가 달라지는 등 시장 자체가 복잡다단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의 다양성을 충족시키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이 최근 자동차업체들이 직면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또 자동차에 대한 각국의 규제 강화와 구글의 자율주행차에서 보듯 외부의 새로운 진입자들의 등장은 기존 업체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부사장은 내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는 올해보다 3.9% 증가한 8천71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올해보다 2.0% 증가한 1천683만대를 판매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러시아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인도, 아세안과 브라질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 시장은 올해 164만6천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의 판매실적을 거둔 뒤 내년에는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부사장은 내년 자동차 시장의 주요 이슈로는 초엔저와 함께 국제유가 하락,이산화탄소(CO2) 규제 강화, 친환경차 시장 경쟁 심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출시 확대,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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