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으로 가는 길 연구하는 데 여생 바칠 터"
"이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무엇을 하는지만 알아서는 안 되고 연준의 움직임에 누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알아야 합니다. 항상 무역 상대국에 안테나를 세워둬야 합니다." 김중수(68) 전 한국은행 총재는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무역 상대국의 움직임에 따라 한국 경제가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강조했다.
김 전 총재는 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글로벌 금융 안정 국제 콘퍼런스'에서 오찬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문제를 고려할 때 한국과 연관된 국가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재는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한은 총재를 지냈다.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초빙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그는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경제문제를 볼 때는 당사국뿐만 아니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무역 상대국의 움직임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묻는 말에 김 전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중국 등 다른 신흥국도 대응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의움직임을 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가 적절한 수준인지에 대해선 "금리인하 수준이 적절한지는 다른 여건이 변화하느냐 아니냐에 달렸다"며 "수출 의존적인 나라에서 다른 나라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데 국내 문제만 놓고 괜찮은지, 아닌지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전에는 국제 경제가 미국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지금은 미국, 유럽, 일본, 신흥국이 다 커가고 있어 과거보다 불확실한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앞으로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있는지도 교역 상대국에 달렸다고 했다.
김 전 총재는 "우리 교역 상대국들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와 상대국이 우리와 보완적인지, 경쟁적인 관계인지가 중요하다"며 "2국 모델에서 복수 국가 모델로 시선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고 그에 맞춰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국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금융불안의 원천이라는 인터뷰를 한 것에 대해선 "부채가 늘어날 때는 대응책을 강구하다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 정책은 부채를 감축하는 게 좋으냐, 아니면 부채를 늘리면서 경제성장을 빠르게 하는 게 좋으냐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떤 게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하나를 선택했을 때 기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데 가능하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국 경제에 오래 떨어져 있어서 얘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당국자들이 잘 판단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전 총재는 내달 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올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정책 과제를 연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는 "한국은 신흥국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인 개발도상국보다 좋은 경제를 가졌다"며 "한국은 선진국에 가까운 신흥국"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삼성, 현대 등이 버티는 실물 경제에서 한국은 선진국인데 금융이나다른 서비스에서는 왜 선진국이 되지 못했을까 고민했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민족이 왜 그전에는 못 살았는지,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하면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데 남은 시간을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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