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의 갈등 장기화 불가피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KB금융지주 임영록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KB금융그룹은패닉에 빠졌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사퇴한 데 이어 그룹 회장마저 직무정지를 당하면서 KB금융그룹의 경영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임 회장이 "소송 등 모든 수단을강구하겠다"고 밝히며 사퇴를 거부한 만큼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KB금융의 경영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금융위 "직무정지"…임 회장은 "소송 등 모든 수단 강구" 금융위원회 전체회의는 12일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임 회장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는 지난 4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문책경고'결정보다 한단계 더 상향 조정된 조치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뉘며,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이번 결정으로 임 회장은 이날부터 3개월 동안 KB금융지주 회장 자격을 잃게 된다.
하지만 임 회장의 입장은 강경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부터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서 소송 등 모든 수단을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험난한 과정들이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대충 타협하고 말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직무정지 결정은 "임 회장이 알아서 스스로 나가야 한다"는 뜻으로볼 수 있지만, 이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3개월 후에는 회장으로 복귀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지닌 것으로 읽힌다.
임 회장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과의 소송전이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소송으로 갈 경우 임 회장을 둘러싼 금융당국과의 공방은 최소한 1년 이상의 지루한 법정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은 2009년1월 중징계결정에 불복한 행정소송에서 3년만에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았다.
◇ KB금융 '패닉'…당국과의 갈등 장기화 불가피 KB금융그룹은 패닉에 빠진 상태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직무정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다들 당혹스러워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못 잡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 제재심의원회에서 경징계 결정이 나온 것을 2주일만에중징계로 바꾸더니, 다시 일주일 만에 직무정지 결정을 내렸다"며 "세상에 이런 식의 제재가 어디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KB금융그룹의 경영공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사퇴한데다 임 회장마저 직무정지를 당하면서 KB금융그룹은 선장을 잃은 배와 같은 신세가 됐다. 이날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윤웅원 KB금융지주 부사장이 회장 직무대행이 됐지만 중대한 의사결정 등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두 자리 모두 공석이 된 만큼 직무대행 체제에도 불구하고 경영 공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만약 임 회장이 소송전에 돌입한다면 금융당국과의 극심한 갈등을 피할 수 없을것으로 보인다.
우선 LIG손해보험[002550] 인수 등에서 당국의 비협조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KB금융은 LIG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으며, 승인 여부는 내달 말 금융위 회의에서 결론이 날 전망이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위가 승인을 거부하면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는 무산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다만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면 여러 문제에 부딪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더구나 금감원은 국민은행 내부통제 시스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임 회장에 대한 중징계 결정을 발표하면서 "국민은행의 내부 통제와관련된 정밀 진단을 통해 전반적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그 결과에 따라 취할 조치가 무엇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조사에서 KB금융의 CEO(최고경영자) 리스크가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한다면 KB금융은 다시 한번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의 직무정지로 KB금융그룹은 창립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며 "CEO 리스크의 해결이 없는 한 당분간 경영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ssah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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