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수습과 추모 분위기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5월 연휴 이후 되살아날 것이라 기대했던 소비도 다시 둔화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소비 부진이 고용과 세수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여파를 미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적어도 0.1% 하락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있다.
19일 관련 업계와 정부 및 경제연구소의 분석을 종합하면 지난달 16일 세월호참사 발생 이후 급격히 둔화된 민간소비는 어린이날·석가탄신일 휴일을 전후해 '연휴 효과'로 반등했으나 회복세를 살리지 못하고 '반짝 회복'에 그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소비 변화는 카드승인액이나 대형마트 매출액 추이에서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사고 직전인 지난달 14∼15일 카드승인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5.0%로 높았으나, 사고 직후인 16∼20일 6.9%로 내려앉았다. 추모 분위기가 본격화한 넷째 주에는 증가율이 1.8%로 더 내려갔다.
대형마트 실적도 지난달 중순부터 보름간은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10%가량 감소했다.
황금연휴가 시작하면서 소비는 반등의 기미가 보였다. 이마트[139480]는 지난달16일부터 30일까지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으나, 황금연휴가 시작한지난 1일과 2일 매출은 작년 같은 날보다 각각 10.6%, 12.5% 늘었다.
홈플러스는 어린이날인 5일 매출이 작년보다 69.3% 증가했고, 롯데마트는 5월 1∼12일 전체 점포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3% 신장했다.
그러나 연휴가 끝나고부터 소비는 다시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짝 반등이 본격적인 소비심리 회복이 아닌 단순한 연휴효과였던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카드 승인액 증가율이 5월 연휴 기간에 올랐지만 연휴가 끝나자다시 3∼4%의 낮은 수준으로 내려오고 나서 좋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지표는 없지만 재래시장, 외식업, 골목상권 등의 매출은 여전히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세월호 여파가 소비에 이어 일자리와 세수 등의 분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사건으로 일자리가 당초 전망보다 7만3천개 덜 늘어날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숙박 및 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 세월호 참사 이후 소비 둔화가 나타난 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세수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우려된다. 소비 둔화는 곧바로 부가가치세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세월호 사건으로 내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으로 수출까지 위협받고있다.
지난 13일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900원대를 기록한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연평균 1천원을 기록할 경우 국내 총수출이 전년 대비 7.5%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원·달러 환율도 세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수출경쟁력에비상이 걸렸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소비심리 저하가 2분기 동안 지속되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보다 0.2%포인트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은 0.1%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세월호 여파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이 각각 0.
3%포인트와 0.1%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 역시 세월호 참사로 경기 회복의 불씨가 사그라질 수 있다는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의 슬픔과 안타까움은 과거 재난보다 커 소비 둔화가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 장기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과 기업인들이 세월호 사고의 애도분위기 속에서도 소비, 생산, 투자 등 일상적인 경제활동에 적극적인 마음으로 임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추가 투입키로 한 재정이 지난 12일부터 집행돼 효과를파악하고 있다"면서 "소비 등 경제 지표를 면밀히 살펴보고 경제 회복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방안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 담을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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