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1%대의 낮은 상승률을 장기간 지속하면서 내달이면 새 수장을 맡는 한은의 통화정책에 계속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ƈ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1.0% 상승했다. 4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개편된 가중치를 반영한 소비자물가는 작년 10월 0.9%로 잠시 0%대로 떨어졌다가 11월 1.2%, 12월 및 올해 1월 1.1%를 보이며 1% 언저리에 머물러왔다.
기재부는 "2월 소비자물가는 계절 요인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과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지속했다"며 "향후에도 물가는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물가가 지속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상승률이 둔화되는 것과는 달리, 물가가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경우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작년부터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해왔다. 2012년 11월 1.6%로 떨어지고서 1%대의 저물가 기조가 16개월 연속 지속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지난해 이후 진행된 저물가는 수요 부진보다는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가와 농산물가격 등 공급측 요인과 환율 영향이 크다는 인식을 보여왔다.
이런 인식은 김중수 현 한은 총재의 발언에서도 수시로 드러났다.
김 총재는 근원인플레이션은 2%를 넘고 기대인플레이션은 3% 안팎에 안착돼 있다는 점을 지목하면서 "현 상황에서 디플레 우려는 적절하지 않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그러나 저물가가 계속 이어지면 디플레 우려는 높아지고 '인플레이션 파이터'가아닌 '디플레 파이터'로서 한은의 역할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주열 차기 총재 후보자에게는 큰 짐이 될 수 있다.
실제 최근 한 금통위원은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트랩(저물가가 악순환되는현상)'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러한 가능성을 사전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소한 상반기에는 저물가가 이어지더라도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은 올해 초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도 올해 상반기에는 소비자물가가1%대(1.7%)의 상승률을 이어가다가 하반기부터 예년 수준(2.8%)으로 오름세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무상보육 등 정책 효과에 의한 물가 하락 요인이 소멸하고 경기 회복과 맞물려총수요 부진이 점차 해소되리라는 예상을 토대로 한 전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당기간 저물가가 지속하면서 디플레 우려는 남아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경제 상황 자체나 판단·분석이 바뀌지 않는 한 새총재가 오더라도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기는 쉽지않다"고 말했다.
ev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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