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보험·카드사 대주주 심사는 역사적 의미있는 개혁"금융감독체계는 개편 대신 '운용의 묘' 강조…당분간 유보할 듯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정식 임명을 앞두고 금융권 전반의 '윤리개혁'을 비롯한 일대 변화를 예고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제2금융권에 대해선 부적격 대주주를정기적으로 걸러내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개혁'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완화는 은행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약탈적 대출'을 일삼을 수 있다고 일축했다.
신 내정자의 이 같은 금융정책 청사진은 시장의 자율보다는 고도의 윤리성과 엄격한 규제 적용으로 '경제민주화'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체계에 대해선 대대적인 개편보다 '운용의 묘'를 살리는 데 주력하는게 중요하다며 유보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정치권에서 한차례 제동이 걸린 장기 세제혜택펀드를 재추진하고 '메가뱅크(초대형 금융회사) 방식'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도 거론하는 등 금융 현안에 대한 소신도 보였다.
◇"대주주 심사 확대는 역사적 의미"…강한 윤리개혁 예고 신 내정자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금융권의 강한 윤리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우선 제2금융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여러 경제공약 가운데 한 가지를 이행하는 맥락이지만, 그는 여기에 "현 시점에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개혁 조치로 판단된다"고 한결 비중을 뒀다.
신 내정자는 '역사적 의미'가 정확히 뭘 가리키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으나 재벌총수에 대한 견제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삼성, SK, 현대, 한화, 동부, 롯데,태광 등 주요 대기업은 보험·카드·증권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재벌 총수 일가가 계열사를 동원한 경제범죄를 저지르거나 자금을 불법 유용할경우 정기 심사에서 대주주 자리를 내놔야 할 수 있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신 내정자는 의지를 갖고 이를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금융위는 전 업권에 대주주 자격유지 심사제를 도입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
대주주 자격심사를 강화할 필요성에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데다 신내정자의 의지도 강해 앞으로 법 제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제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 도입이 과잉·포퓰리즘 규제라고 반발한다.
신 내정자는 그러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세부 도입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제도 도입에 대한 의지는 꺾지 않았다.
DTI·LTV 제도 완화는 은행의 약탈적 대출을 유도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피력했다.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분간 DTI와 LTV를 완화할 생각이 없다"고밝힌 것과 같은 입장이지만, 어조는 한층 더 강해졌다.
신 내정자는 "DTI·LTV 규제는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고 금융소비자인채무자를 과잉대출에서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며 "규제를 완화하면 과잉대출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하우스푸어(내집빈곤층)가 양산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우려했다.
부동산 업계를 중심으로 새 정부가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이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주무부서 수장인 신 내정자와 서승환 국토해양부 장관 모두 부정적이어서 이달 말 나올 부동산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매각·장기세제혜택펀드 `다시 한번' 금융당국의 의지에도 정치권에 부딪혀 좌절된 금융권 해묵은 숙제는 다시 한번풀어보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반대논리를 어떻게 설득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이후 이미 세차례나 매각에 실패한 우리금융을 다른 금융지주회사와 합치는 `메가뱅크'(초대형 금융회사) 방식으로 팔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와 `카드대란'이라는 격랑 속에서 부실 금융기관으로 전락해 12조8천억원의 혈세를 지원받았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010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모두 무산됐다.
메가뱅크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은 아니다.
산은금융과 KB금융[105560]이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했으나 정치권과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모두 중도 하차한 경험이 있다.
신 내정자가 타 금융지주와 인수·합병하는 식의 매각을 열어두겠다고 공언한만큼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매각 작업이 다시 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국회에서 한차례 좌절된 장기 세제혜택펀드도 재차 추진한다.
장기 세제혜택펀드는 주식 편입비율이 40% 이상인 장기 주식형 펀드다. 총급여5천만원 이하인 근로자나 소득 3천500만원 이하 자영업자가 5년 이상 투자하면 최대6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5년 이상만 유지하면 감면세액에 대한 추징이 없어서 7년 이상 들어야 하는 재형저축보다 유지기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산총액의 4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장기펀드 속성상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 형성을 지원하는 상품이 원금마저 지키지 못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반대에 부딪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제혜택펀드는 재형저축펀드보다 절세 혜택이 5배가량 많다"며"신 내정자가 기획재정부 제1차관으로서 주도적으로 추진했으며 세수 감소도 300억원에 불과해 중산층 재산형성과 기관투자 육성에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유보…"`운용의 미' 살리겠다" 금융계의 관심사 중 하나인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당분간 유보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책과 감독기능 분리나 국제금융과 국내금융 정책기능을 한쪽으로 이관하는 데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신 내정자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한 복안을 묻는 말에 "현행 시스템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부 미비점은 운용의 미를 최대한 살려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소비자보호 기능)이 합쳐진 현재의 금융감독 체계를 유지하되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고 지적돼 온 소비자보호기능을 강화하는식으로 운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 내정자는 "금융감독체계는 글로벌 표준이 있는 게 아니고 각국이 정치·경제·사회여건·금융산업 현황 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계에서는 호주나 네덜란드의 예를 들어 금융회사 건전성 감독기구와 영업행위 감독기구를 분리하는 일명 `쌍봉형' 체계가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또 금융감독정책 분리나 국제금융과 국내금융 정책기능 통합은 반대했다.
그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은 양자간 명확한 구분이 어렵고 인위적으로 분리하면책임소재 불명확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금융정책도 "현 시점에서는 기획재정부, 금융위, 한국은행, 금감원 등의 협력을 더욱 긴밀히 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법 개정에 따라 열리는 금융위원장에 대한 첫 청문회인 만큼 개인 신상보다는 금융현안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구상을 묻는 국회의원들의 질의가 많았다.
질문 개수만 3천여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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