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분기 16% 수준 급감
서울 정비사업 빼곤 공급 불가능
재초환 이어 상한제 '공급 족쇄'
[ 배정철/민경진 기자 ] 서울의 지난 2분기 아파트 인허가 건수가 1분기 대비 16% 수준으로 급감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규제가 강화되면서 2분기에 단 한 개 단지만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는 데 그쳤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인허가를 사업시행인가로 본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정비사업은 인허가에서 입주까지 4~5년 걸린다”며 “2024년께 ‘공급(입주)절벽’ 현상이 나타나면서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공급 위축 본격화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여섯 개 단지, 2만2436가구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1만9275가구(다섯 개 단지), 2분기 3161가구(한 개 단지)다.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밀어내기’가 절정을 이룬 2017년 7만4984가구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작년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3만2848가구를 기록해 2017년의 44% 수준으로 줄었다.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에 이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올해 인허가 물량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시행 이후 인허가 물량이 3분의 1로 줄었듯이 향후 ‘인허가 절벽’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3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것도 인허가의 걸림돌이다. 재건축이 가능한 30년이 지나도 안전진단 D·E등급을 받기 어려워졌다. 안전진단 강화 이후 서울에선 구로구 구로주공, 성동구 마장세림, 영등포구 신길우성2차, 서초구 방배삼호 등 네 개 단지만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에서 정책이 바뀌길 기다리겠다는 정비사업조합이 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쌍용1·2차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부담을 느껴 인허가 막바지 단계에서 사업을 잠정 중단했다. 강남의 한 재건축조합 조합장은 “사업을 계속 진행할지 조합원들과 상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반격…2024년 공급 대란?
2024년께 아파트 공급절벽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4~5년 뒤 공급 물량(입주)을 나타내는 선행 지표이기 때문이다. 2017년 전후로 인허가를 받은 단지는 2022~2023년 완공될 전망이다. 이후 공급절벽 현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는 당분간 입주 물량이 비교적 넉넉하다는 점을 들어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인허가 급감의 부작용이 4~5년 뒤 나타나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급절벽 현상은 강남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에서 재건축사업을 거쳐 준공한 아파트 140곳을 분석한 결과 사업시행인가부터 준공까지 평균 4.8년이 소요됐다. 재개발은 평균 6~7년이 걸렸다. 올 상반기 인허가 물량을 보면 재건축단지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8차 337동(182가구) 한 곳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재개발이다. 한남3구역(5816가구), 갈현1구역(4116가구), 제기4구역(909가구) 등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분양가 상한제 탓에 인허가를 받았더라도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서울에서 입주 5년 미만 신축과 10년 안팎 준신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집값은 0.02% 올라 전주 상승폭(0.04%)에 미치지 못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인 영향이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0.02% 오르면서 전주보다 상승폭이 0.07%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준공 5년 이하 신축 아파트는 지난주 0.05% 올라 오름폭이 전주보다 0.04%포인트 확대됐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인허가 감소가 6개월 정도 지속될 경우 4~5년 뒤 공급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며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 공급을 서두르고 서울 자투리땅을 활용해 아파트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철/민경진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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