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관계자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게 큰 방향"
아베에 구체적 제안 여부도 관심
[ 김형호 기자 ]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맞는 광복절에 문재인 대통령(얼굴)이 내놓을 메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일 간 경제 갈등의 확전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 분수령이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문 대통령의 광복절 메시지와 관련, “우리 정부가 현재의 긴장 상황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을 조목조목 따지기보다는 국가 비전과 관련한 보다 큰 구상에 무게를 둘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대해 단호한 대처를 누차 강조해온 만큼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담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경축사 주제를 ‘우리가 되찾은 빛, 함께 밝혀갈 길’로 택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을 계기로 대두한 우리 경제의 독립성 확보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고민과 구상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정부를 향해 현재 상황 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의 역사와 별개로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 게 큰 방향”이라며 구체적인 제안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이번주 초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시작으로 기존에 강도 높게 아베 정부를 비판한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서도 이런 기류가 감지됐다. 기념일 지정 첫해인 지난해에는 행사에 직접 참석했으나 올해는 “내가 살아 있는 증거입니다”라는 고 김학순 할머니의 말로 시작하는 기념사로 대신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인류 보편적 관점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평화와 여성인권에 대한 메시지로서 국제사회에 공유하고 확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기림의 날은 1991년 고 김 할머니가 위안부 문제를 처음으로 폭로한 날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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