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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재 쏟아지는데…'차·철·조' 노조 "돈 더 달라" 파업 깃발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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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夏鬪 분수령'

현대·기아차 노조 휴가 마치자
쟁의대책위 열고 파업 수순
한국GM도 투쟁 시기 저울질
조선·철강업계 임단협 난항



[ 장창민/김보형 기자 ]
한국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차(車)·철(鐵)·조(造)산업’이 하투(夏鬪)에 휩싸일 판이다. 여름휴가를 마친 주요 회사 노동조합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과 관련해 이번주 본격 ‘투쟁 깃발’을 들어 올릴 태세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등 악재가 쏟아지는 와중에 “노조가 돈을 더 달라고 파업할 때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습관성 파업’에 찌든 車업계

11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 노조는 13일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연다. 향후 구체적 투쟁 일정을 잡기 위해서다. 현대차 노조는 이미 합법적인 파업권을 손에 쥐었다. 지난달 30일 찬반투표에서 조합원(재적 인원 기준) 70.5%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해놓고, 이달 초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까지 받아놨다. 기아자동차 노조도 12일 쟁대위를 열고 파업 수순에 들어간다. 현대차 노조와 마찬가지로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공통 요구안인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호봉상승분 제외)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주장도 한다. 정년을 만 60세에서 국민연금 수령 직전 연도(연령에 따라 만 61~64세)로 연장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는 요구안도 내놨다. 기아차도 비슷한 수준의 요구안을 내밀었다.

업계에선 현대·기아차 노조가 사측과 사나흘가량 ‘형식적 추가 교섭’을 거친 뒤 파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일 경제전쟁 와중에 노조가 무작정 파업한다는 비판적 시선을 피하기 위해 더 명분을 쌓은 뒤 파업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올해 통상임금 문제와 임금체계 개편 등이 맞물려 있어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파업을 피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기아차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경영 정상화 작업에 들어간 한국GM 노조도 최근 파업권을 확보하고 투쟁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일각에선 르노삼성자동차 사태 ‘후반전’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르노삼성 노조가 기본급 대폭 인상(8%) 및 노조원 별도 수당 지급 등 과도한 요구안을 들고 나오면서다. 1년간의 협상 끝에 겨우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하고 지난 6월 말 노사 상생선언을 한 지 한 달 반 만이다.

“파업병 못 고치면 침몰”

조선업계도 파업 전야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이번주 본격 파업에 시동을 걸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원유 및 가스 생산, 시추 설비) 수주 부진 여파 등으로 올해 2분기 57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런데도 이 회사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과 성과급 최소 250% 보장 등을 요구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현대중공업으로의 매각 철회와 정년 연장(60세→62세) 등을 주장하고 있다.

철강업계도 마찬가지다. 포스코 노사의 올해 임단협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이 회사 노조가 기본급 7.2% 인상을 요구하면서다. 지난해 기본급 인상률(2.9%)을 크게 웃돈다. 임금피크제 폐지도 주장했다. 현대제철 노조도 파업권을 확보하고 투쟁 시기를 조율 중이다.

산업계에선 그간 부진을 딛고 올 들어 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이는 와중에 노조가 ‘제 밥그릇’만 챙기며 찬물을 끼얹고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 등 대외여건이 꼬여가고 경기침체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산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국내외에서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파업으로 인한 손실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계가 노조의 ‘습관성 파업’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구조조정은커녕 경직된 노동시장과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에 짓눌린 채 점점 코너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한 대학교수는 “돈 더 챙기기 위해 무턱대고 파업을 벌일 때가 아니다”며 “노조의 파업병을 고치지 못하면 국내 산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창민/김보형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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