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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의 R까기] 분양가 상한제와 미래 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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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내일(12일) 발표 앞둬
공급 위축 우려 팽배…주거의 질 저하도 제기
"서울 중심 규제시 주거여건 악화될 수 있어"




"분상(분양가 상한제)하면 분상에 맞는 아파트가 나오겠죠", "말이 새 아파트지 내부는 분상이냐 아니냐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될 겁니다"….(건설사 관계자들)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방안 발표가 코앞이다. 12일 발표를 앞둔 시장은 매수자들이 관망하는 분위기다. 분양가 상한제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이는 강남을 비롯한 서울은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강력하다.

시장 참여자들 외에 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바로 건설사 내에 있는 디자인, 개발팀들이다. 새로운 주거문화와 인테리어, 트렌드를 도입하는 팀들이다. 이상적인 집을 杆으면서도 실용적인 아파트 문화를 연구하는 곳들이다.

이들이 서울 시장을 바라보는 입장은 '자포자기'에 가까운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로 비용이 통제되기 시작하면 제 아무리 좋은 집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놔도 실제 아파트에 도입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2008년부터 전체 외벽의 30%에 대해 발코니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우수디자인 공동주택을 인증받으면 완화기준이 적용되지만, 그러자니 우수한 디자인이나 특화된 외관 시공에는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시행사나 조합 입장에서는 이러한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건설사에 특화된 디자인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디자인 특화를 해야 실제 분양을 받는 수분양자들에게 발코니 확장이 가능한 면적이 넓어진다. 단지의 디자인은 살면서 크게 체감되지는 않지만, 이로 인해 개별 가구들이 실제 누리게 되는 면적은 넓어질 수 있다.

발코니 확장은 2006년부터 합법화됐다. 2000년 들어 개별 가구들이 발코니 확장을 하기 시작하면서 안전이나 분쟁 등이 발생하면서 확장을 허용하게 됐다. 서울에서는 이로부터 2년 뒤에 제한조치가 내려졌다. 이 틈새인 2007년에는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다. 서울에서는 2000년 말~ 2010년 초반까지 각종 제한 조치들 속에서 주택가격까지 하락해 미분양이 넘쳐났다.

당시 지어놓은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조롱이 담긴 우스갯 소리들이 나왔다. '손님을 아파트 파티룸에는 데려가지만, 집에는 절대 데려가지 않는다더라', '집 값 떨어질까봐 그렇지 내부는 임대아파트랑 다를게 없다더라', '제 아무리 강남이라도 해도 전셋집 가보면 강북이랑 똑같다' 등이 말들이다. 서울에서 새 아파트들이 커뮤니티나 조경, 외관 등은 화려하지만 내부는 구조나 인테리어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것을 빗댄 얘기들이엇다. 면적을 통제하고 가격을 누르는데다, 미분양이 많아지면서 공급도 뜸했던 시절이다.

현재도 아파트 상품만 놓고보면 10년 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에서 분양되는 아파트와 경기권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같은 전용면적이라도 공간은 전혀 다르게 빠졌다. 같은 건설사에 브랜드마저 같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여러 제한조치들로 내부 세대들이 제대로된 새아파트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경기도에서는 전용 84㎡에 방이 5개 달하는 평면이 나오고 있는 반면, 서울에서는 재건축 단지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방 3개에 3베이(전면에 방2개, 거실 배치)인 형태가 새 아파트로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넓은 지상공간과 광폭 주차장, 세대별 창고까지 제공되지만 서울에는 창고는 커녕 부부욕실에 샤워공간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앞으로 서울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상품개발이나 디자인에 투여되는 비용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시장 전체적으로는 서울에서 공급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우선이지만, 주거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분명히 있다. 일부에서 '마이너스 옵션'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마이너스 옵션은 건설사가 아파트 골조공사와 외부 미장·마감공사까지만 하고 분양하는 방식이다. 벽지, 바닥재 등 마감재 등은 입주자가 알아서 선택해 시공하게 된다. 외국에서는 보편화된 방식이라지만, 국내에서는 소수의 입주자들만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국내 인테리어 시장을 감안해도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 입주가 한창인 아파트를 방문해 매매시세와 전세시세를 알아본 적이 있다. 여러 공인중개사들을 방문해보니 달라진 '집 구하기'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과거에는 세입자들이 '싼 집'을 찾았지만 이제는 '좋은 집'을 찾고 있었다. 보증금을 더 주더라도 집의 전망은 물론이고 시스템 에어컨, 마루 추가시공 여부 등 추가적인 옵션이 된 집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아무리 세입자라고 하더라도 '삶의 질'을 따지는 트렌드인데다, 집을 매입하는 것 보다는 전세금 대출이 쉬워진 탓이라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었다.

분양가 상한제로 서울의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하나의 전망을 더 보태고 싶다. 서울에서 주거의 질은 반대로 떨어질 수 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없으니 낡은 주택에 거주해야 하고, 새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뒤떨어진 집을 끌어안고 살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서울에서의 미래주택은 더욱 과거로 가는 주택이 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미래에 또다른 가능성은 있다. 주거환경이 악화되면서 '삶의 질'을 중시하는 수요자들이 서울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새집을 받고 싶어한다면? 그게 서울로 교통이 편리한 3기 신도시라면? 어쩌면 정부의 정책방향은 의도한대로 제대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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