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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비즈니스와 문화 살아 숨쉬는 '공항경제권'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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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탐구

철도개혁 밀어붙인 뚝심으로
'초격차 공항' 승부수



[ 강준완 기자 ] 1963년 9월 교통부에서 분리돼 정부기업 형태로 운영되던 철도청은 수송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매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부조직의 고질적 병폐인 방만 경영과 철도 환경변화에 대한 무사안일 대응이 원인이었다. 1985년부터 기업조직을 갖춘 공사 형태로 변환해야 한다는 정부의 분석이 있었지만 채무처리, 재정지원, 감축인력 재배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매번 공사로의 전환작업은 실패로 끝났다. 2000년부터 철도개혁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서 철도청 업무를 철도시설과 운영으로 분리하는 관련법이 마련됐다. 당시 2000년 6월부터 3년 동안 건설교통부 철도산업구조개혁 팀장을 맡아 철도청의 조직적인 반발과 철도노조의 저항을 막아내며 철도개혁을 주도한 인물이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다.


강한 추진력으로 철도개혁

구본환 사장은 1989년 행정고시 33회에 합격해 이듬해 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만 40세에 국가철도산업을 개혁하는 철도산업구조개혁팀을 맡게 된 것은 추진력과 뚝심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1992년 교통부에 근무한 지 2년밖에 안 된 신참 구본환 사무관이 선배들을 제치고 ‘단군 이후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리던 KTX건설사업의 실무를 담당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구 사장은 이후 서울항공청장, 철도정책관, 항공정책실장 등 국토교통부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국토부에 재임했던 28년 동안 8개 교통정책 법안을 마련해 ‘법 제정 제조기’라는 별명도 얻었다. 1999년 이후 ‘교통체계 효율화법’, ‘지속가능한 교통물류발전법’, ‘드론산업 발전 기본계획법’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지난달 24일은 인천공항공사 사장 취임 100일째로, 구 사장은 인천공항의 초격차 공항화, 공항경제권 구축,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강화도까지 연결하는 신(新)관광클러스터 조성, 달러와 영어 공용이 가능한 영종도의 규제프리존 지정 등 제2 도약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5일 공사 청사에서는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위한 ‘2019 공항산업 신기술 전시회’가 열렸다. 이 행사에는 중소기업 33개사와 토목, 건축, 전력, 교통 등 공항산업 주요 분야 관계자 700여 명이 참가했다. 공사 관계자는 “취임 두 달여 만에 공항 역사상 처음으로 중소기업 기술전시회를 여는 추진력을 보고 직원들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항공정비, 공항운영, 물류 등 공항산업과 직결되는 신기술이 너무 많아 놀랐다”며 “인천공항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공항 관련 중소기업의 테스트베드(실험무대)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 협업시스템을 갖추고 해외공항사업에 뛰어들 계획이다.

“현재에 안주하지 마라”…초격차 공항 강조

구 사장이 취임 후 공사 임직원들에게 자주 전하는 말이 ‘교병필패(驕兵必敗)’라는 사자성어다. 자기 군대의 힘만 믿고 교만하면 반드시 패한다는 의미로, 현재의 인천공항을 빗대어 한 말이다.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 세계 공항서비스 12년 연속 1위,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움직이는 제2터미널 등은 자랑스러운 성과로 꼽히지만 교만을 불러올 영광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 사장은 “세계 5위인 인천공항을 세계 주요 공항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초격차 공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천공항은 세계에서 인정해주는 글로벌 공항으로 도약하느냐 주저앉느냐 갈림길에 있다”며 “세계 주요 공항들이 쫓아올 수 없는 초격차 공항으로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한 “공항의 핵심가치인 여객과 화물의 운송 역할을 강화하고, 공항 배후에 물류·정비·관광단지를 만들어 공항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공항경제권 조성이 초공항으로 가는 길”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인천공항의 제2 도약을 위해서 선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1호 사업장이지만 아직도 정규직 전환을 놓고 노사·노노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의 고용 방식과 처우 개선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환 대상자 1만여 명 중 30%만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상황이다. 구 사장은 “양대 노총과 채용방식·고용조건에 대해 논의를 계속해 내년 6월까지 정규직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항경제권으로 제2도약”

그는 공항 주변의 복합레저타운에서 관광과 휴식이 가능하고, 서울이나 인천에 진입하지 않아도 글로벌 비즈니스가 가능한 영종도를 꿈꾸고 있다. 구 사장은 “인천공항은 매일 여객과 상주직원 30만 명이 활동하고 있는 작은 도시”라며 “해외에 나가고 들어오는 개념의 출발·도착 공간 개념에서 벗어나 경제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항경제권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 사장은 글로벌 기업의 다국적 서플라이 체인(제품의 생산 및 공급과정)을 인천공항 배후단지에 구축하기로 했다. 송도국제도시의 컨벤시아 전시장과 연결해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을 활성화하고, 관광권을 강화도까지 넓히는 계획도 준비 중이다. 그는 “공항경제권은 제조·항공정비·물류·관광의 복합 신성장거점”이라고 말했다. 공항경제권 성공을 위해 영종도를 제주도처럼 외국인에게 비자를 면제해주고 외국 기업에는 세금을 면제해주는 ‘규제프리존’ 지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미국 달러화 통용, 영어 공용화는 필수조건이다.

“공항의 핵심가치를 공유하라”

구 사장은 “나에게 남다른 추진력이 있다면 영종도의 나머지 공간을 항공정비, 물류단지, 관광과 레저가 가능한 복합리조트 시설, 항공기 임대사업 단지, 글로벌 비즈니스가 가능한 국제교류센터를 구축해 서로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공항경제권 구축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자신을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임직원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10년 후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의 핵심가치인 공항의 운송, 보안, 서비스 분야 미래사업은 반드시 선점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항공기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임차해서 항공사업을 추진하는 항공기 리스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항공기 리스사업은 자본, 항공기술, 금융기법, 공항설비 등 다양한 산업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야 가능한 미래사업이다. 구 사장은 “공사는 영종도에 있는 항공정비단지 주변에 리스단지를 조성하고, 세계 주요 리스회사와 인수합병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본환 사장 프로필

△1960년 충남 논산 출생
△전북 전주고 졸업
△서울대 언어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책학 석사
△영국 버밍엄대 대학원 도시·지역정책학 석사
△한양대 교통계획학 박사
△1989년 행정고시 33회
△2011~2018년 국토부 서울항공청장, 철도정책관, 항공정책관, 항공정책실장
△2019년 4월~ 제8대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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