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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워라밸'에서 '워라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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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기자 ] 세계적인 동기부여 전문가 마크 샌번이 새 동네로 이사했을 때였다. 어느 날 우체부가 문을 두드렸다. “저는 프레드입니다. 인사도 드리고, 선생님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알아볼 겸 들렀습니다.” “아, 예. 컨설팅도 하고 강연도 하고….” “그럼 집을 자주 비우겠군요. 그럴 땐 우편물을 따로 모았다가 드리겠습니다. 그냥 두면 도둑이 들거든요.”

보름 후 출장에서 돌아온 그는 현관 앞에 있던 매트가 없어진 걸 알고 두리번거리다 테라스에서 발견했다. 그걸 들어올리자 소포가 나왔다. 메모도 있었다. “택배회사가 엉뚱한 곳에 갖다 놓은 걸 발견해서 여기 감춰뒀습니다.” 택배회사 실수까지 처리해준 배려에 감동한 그는 강연 때마다 프레드 얘기를 했다. 이를 들은 기업들이 ‘프레드상(賞)’을 제정해 서비스·봉사정신이 뛰어난 직원들에게 수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실화를 담은 책 <우체부 프레드>에서 “프레드처럼 즐겁게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삶의 제1요소”라고 강조했다. 이후 프레드는 모두가 닮고 싶어 하는 사람이자 은퇴 후에도 행복을 배달하는 삶의 멘토가 됐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 전체가 달라진다는 교훈까지 줬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대신에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일과 삶의 통합)’이라는 용어가 주목받고 있다. 업무와 삶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는 것보다 일과 삶을 입체적으로 융합하는 방식이 개인과 조직 모두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교수들도 “앞으로 일과 삶의 단순한 분배보다 통합적인 가치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기업들은 워라인을 인재관리 프로그램에 활용하고 채용 과정에 접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몇몇 기업이 관심을 두는 단계다. 워라인은 은퇴 이후의 삶에도 필요하다. 정년퇴임 후 20~30년을 일 없이 그냥 놀기만 하는 것은 개인 및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다.

미국 시인 에드거 게스트가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싶다면 허리 굽혀 땅을 파야 한다”고 했듯이 ‘땀’과 ‘꿈’이 조화롭게 융합된 땅에서 풍요로운 인생의 꽃이 핀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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