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세제·금융 등 가용수단 총동원해 '방어막'
해외 대체 공급처 적극 발굴…24시간 통관체제 가동
週 52시간제 완화…특별연장근로 허용 업종 확대
피해기업 세무조사 유예…운전자금 최대 6조 보증·대출
[ 이태훈/서민준/성수영 기자 ]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강행하자 정부도 일본에 대한 맞대응과 국내 산업 지원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의 조치로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총 159개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품목은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국산화를 이루거나 제3국에서 대체품을 발굴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대일본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피해 기업에 세무조사 유예, 주 52시간제 완화 등의 정책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159개 품목 가산세 면제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영향이 클 159개 품목은 ‘관리 품목’으로 지정해 밀착 지원하기로 했다. 품목의 목록은 추후 공개하기로 했으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밀화학 공작기계 등 분야에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품목은 보세 구역 안에 저장 기간을 연장하고, 수입 신고가 지연되더라도 가산세를 면제한다. 또 새로운 해외 대체 공급처를 발굴할 때 조사 비용을 50% 이상 지원하기로 했다.
수출규제 품목을 일본이 아니라 제3국에서 반입할 경우 신속히 통관될 수 있도록 24시간 상시통관지원 체제도 가동한다. 소재·부품 생산 설비를 신·증설할 때 정부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을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경우 관세를 최대 40%포인트 낮춰준다.
화이트리스트 배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거래 기업이 ‘자율준수무역거래자’로 지정돼 있으면 지금처럼 포괄허가를 이용해 신속히 수입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특별일반포괄허가’ 제도를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유도하기로 했다.
주 52시간제도 완화한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조건을 완화하고, 재량근로제 활용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지난달 4일부터 수출규제를 받는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해선 기업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상태인데 앞으로 석유화학, 공작기계, 2차전지 관련 기업까지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예산·세제 전방위 지원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예산·세제·금융 등을 총동원해 지원하기로 했다.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안에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 설비투자 자금 지원 등에 필요한 예산 약 2700억원을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홍 부총리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사업예산은 2020년 예산안에 반영해나갈 계획”이라며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적용 대상도 확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국세 납기를 연장하고 징수를 유예한다. 홍 부총리는 “피해 기업에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조기 지급하고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등 다각적인 세정 지원 조치도 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피해 기업에 최대 6조원의 운전자금을 보증하거나 대출한다. 기존 대출과 보증 만기도 연장해줄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정부는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에 연간 1조원을 투입해 이 같은 ‘무역 무기화’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R&D에만 연간 1조원을 투입한다. 홍 부총리는 “주력 산업 공급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100여 개 전략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대규모 지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핵심소재 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하고 해당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이 부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대기업에 공급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조성하는 게 목표”라며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다음주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모든 품목을 국산화할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시도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며 “이미 결정이 내려진 이상 철저히 계획을 세워 소재·부품산업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서민준/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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