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기술은 언어·문화 장벽 없어"
[ 조수영 기자 ] “기술형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호두와 같습니다. 단단한 껍질 속에 있지만 열매는 굉장히 맛있죠.”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사진)의 말이다. 이 대표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기술형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궤도에 오르면 (서비스형 스타트업보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며 “기술형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형 스타트업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컬리(마켓컬리) VCNC(타다) 등 서비스 기반 스타트업과 달리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한국엔 기술형 스타트업이 적다. 성공 사례도 찾기 힘들다.
이 대표는 “기술형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쉬운 이유는 언어,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을 필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비스형 스타트업은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언어,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기술 영역의 유망한 예비 창업자와 초기 창업자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다. 초기 자본을 투자하고 조직 구성도 돕는다. 솔루션, 도메인 등 분야별 전문가가 컨설팅해주고, 필요하면 경영·마케팅 전문가도 연결해준다.
이 대표도 기술형 스타트업 창업자였다. KAIST 물리학과 박사과정 학생이었던 2000년 반도체 스타트업 ‘플라즈마트’를 창업해 키운 뒤 2012년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 MKS에 매각했다. 매각 회수 자금으로 2014년 7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이 대표는 “창업 이후 경험했던 어려움들을 똑같이 겪고 있을 후배들을 돕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총 100여 곳이다. 이 가운데 97%의 스타트업에 최초로 투자했다. 다크웹 분석에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적용해 세계 1위 민간 다크웹 분석업체에 오른 S2W랩, 초소형 상업 위성을 개발하는 페리지항공우주 등이 대표적이다. 초기 투자한 기업 중 80%가 2년 안에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투자한 기업들의 가치는 약 8400억원에 이른다.
이 대표는 “투자 원칙 가운데 하나는 세계 최초 기술·아이디어를 갖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겨루기 위해선 차별화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는 “기술 개발자들이 창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부분 기술 인재들이 대기업 입사를 선호한다. 하지만 경직된 조직 안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
이 대표는 “기술 개발단계에서 최종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고민하고 자신의 기술이 어디에 어떤 형태로 쓰일지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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