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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침대 매트리스 10개 중 3개가 지누스…온라인의 이케아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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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인터뷰
14년 만에 재상장하는 이윤재 지누스 회장

매트리스 압축 포장해 美 평정
한국서도 반년만에 목표치 달성
기업가치 1조 'IPO 대어'로 평가



[ 이고운/심성미 기자 ] 이윤재 지누스 회장(71)은 경영자로 살아온 지난 40여 년간 두 번의 화려한 성공과 한 번의 혹독한 실패를 겪었다. 1979년 31세의 나이에 무역투자진흥공사(현 KOTRA)를 퇴사하고 단돈 500만원으로 회사(당시 사명 진웅기업)를 창업해 세계 텐트시장 1위 기업으로 키웠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사업 다각화 실패로 위기를 맞았다. 2004년 화의(채권단 공동관리)를 거쳐 이듬해 상장사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상장폐지를 당했다. 이 회장은 역경을 딛고 일어나 침대 매트리스로 업을 바꿔 미국 시장을 평정했다. 지난해 매출 6218억원에 영업이익 531억원을 기록했다. 지누스는 올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에 복귀할 계획이다. 상장폐지 14년 만이다. 예상 시가총액은 1조원이 넘는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주목받고 있다.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지누스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혹독한 고통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고 발전하는 힘이 됐다”고 말했다.


▷매트리스로 성공신화를 썼습니다.

“미국에서 온라인으로 팔리는 침대 매트리스 10개 중 약 3개가 지누스 제품입니다. 현지 온라인 시장 점유율 1위죠. 세계 매트리스 시장의 판을 바꾼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를 듣기도 합니다. 감사한 일이죠.”

▷어떻게 미국 시장을 평정했습니까.

“지누스가 등장하기 전 매트리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상품이었습니다. 온라인 판매율은 0%였죠. 하지만 지누스는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미국 온라인 시장에 주목했고, 백방으로 뛴 노력 끝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입점했습니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죠. 이제 미국에서 매트리스 온라인 판매율이 20% 가까이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죠.”

▷미국 외 지역에선 어떤가요.

“2017년 진출한 캐나다에서 온라인 매트리스 판매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출시 6개월 만에 올해 목표치를 달성할 만큼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 중국 일본 등으로 시장을 넓히는 원년입니다.”

▷성공을 거둔 비결이 궁금합니다.

“시대 변화와 노력이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급성장하는 온라인 쇼핑 시장을 겨냥해 매트리스 부피를 4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상자에 담는 압축 포장기술을 개발, 2013년 아마존에서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아마존 등 온라인 유통망에 고객 리뷰(사용 후기) 시스템이 도입됐죠. 포장을 풀면 저절로 매트리스가 펴지는 것에 만족하는 리뷰가 입소문을 타면서 실적이 급성장했습니다. ‘침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는 것’이란 통념을 깨며 돌풍을 일으켰죠.”

▷경영자로서 가장 큰 목표는 무엇입니까.

“지누스를 10~20년 안에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내는 것입니다. 한국의 ‘온라인 이케아’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회사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적어도 수십 년이 걸립니다. 하지만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등 온라인 중심 기업은 세계를 제패하는 데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케아처럼 종합가구회사로 도약할 계획인가요.

“성공한 매트리스 회사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매트리스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을 소파 등 다른 가구에도 접목해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고 합니다. 이미 침대 프레임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었습니다. 지누스의 매트리스가 그렇듯, 소파도 상자에 담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시장이 곧 열릴 것이라고 봅니다. 최근 가구업계 업황이 좋지 않다는 우려도 있지만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는 지누스에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재기 전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회사가 2004년 화의, 2005년엔 상장폐지 됐습니다. 인터넷 기업에 투자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는데 닷컴 버블이 꺼졌고 여러 위기가 겹쳤죠. 그때가 제 인생의 밑바닥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고통이 새로운 기회였더군요. 텐트시장보다 훨씬 큰 매트리스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으니까요. 진웅이 화의를 거쳐 상장폐지되는 고통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지누스로 발전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매트리스 회사로 바꾼 계기가 있습니까.

“텐트와 매트리스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어요. 텐트 사업을 하다 보면 침구류 같은 캠핑용품에 익숙해지거든요. 어떻게 재기할까 고민하던 차에 메모리폼 베개가 눈에 띄었죠. 거기서 발전해서 매트리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중국에서 했어요. 매트리스 부피가 워낙 커 압축을 잘 해야 수출길을 제대로 트겠구나 생각했는데, 텐트 제조하던 시절 쌓은 압축 노하우 덕을 톡톡히 봤죠.”

▷미국 시장에서 먼저 성공했습니다.

“미국 기업을 OEM 거래처로 확보하려고 했는데 다들 거절하더군요. 그래서 자체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미국 기업들에 푸대접 당한 게 전화위복이 됐죠. 때마침 온라인 시장이 열리면서 지누스 자체 브랜드로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됐으니까요.”

▷납품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됐군요.

“고난이 새로운 발전의 기회라는 원칙, 제겐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습니다. 상장을 결정한 후에도 어려운 일이 이어졌습니다. 지난해엔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에서 생산한 지누스 제품을 미국에 무사히 수출할 수 있을지 시장의 우려가 컸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래전부터 생산기지를 다변화한다는 계획 아래 중국 외 국가 진출을 모색해왔습니다. 올해 인도네시아 공장 증설을 마칠 예정인데, 그 덕분에 미국 외 국가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한국 증시에 재상장하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누스는 한국에서 시작해 한국에서 상장폐지됐던 회사인 만큼 다시 돌아오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상장폐지로 피해를 본 주주들에게 재상장을 통해 조금이나마 보상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지누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고난을 함께 이겨내며 창업자처럼 희생정신과 단결력을 보여준 장기 근속자들입니다. 기술에도 자부심이 있습니다. 상자에 넣을 만큼 압축할 수 있는 기술, 상자에서 꺼낸 다음엔 완벽하게 펴지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쟁자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약력

△1948년 대전 출생
△대전고,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무역투자진흥공사(현 KOTRA) 근무
△진웅기업 창업(1979년)
△지누스로 사명 변경(2000년)
△지누스 상장폐지(2005년)
△매트리스 아마존 판매 시작(2013년)
△지누스 유가증권시장 상장 추진(2019년 하반기)

이고운/심성미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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