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조 고발 건, 결국 '무혐의'
정치 논리에 M&A까지 좌우돼
이상은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selee@hankyung.com
[ 이상은 기자 ] KT 새 노조는 지난 3월 황창규 KT 회장 등을 검찰에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그가 회장으로 재임하던 2016년 소셜미디어 마케팅회사 엔서치마케팅(현 플레이디)을 인수하면서 이른바 ‘공정가치’보다 비싸게 샀다는 이유에서다. 새 노조는 동시에 엔서치마케팅을 판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의 한상원 대표를 증여세 탈루 혐의로 고발했다. 이 회사를 비싸게 팔아 차액을 증여받았다는 혐의를 씌워서다.
수의입찰로 팔린 해당 물건의 입찰 방식 등에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새 노조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택했다. 해당 회사의 가치를 상속 및 증여세법에 의거해 계산(176억원)하고 이것보다 비싸게 샀다고 주장한 것이다.
‘제값보다 비싸게 샀으니 배임’이라는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특수관계자 간 거래에서나 사용되는 상속 및 증여세법을 가져온 것도 황당하지만, ‘비싸게 판 쪽은 차액을 증여받은 것’이라는 논리는 더 황당하다. 기업 간 거래에서 상증법을 적용하는 건 같은 지주회사의 자회사 간 거래 등 특수한 경우에 한한다. 인수합병(M&A)업계 사람들이 초기에 고발 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다.
그런데 이 엉터리 같은 고발이 받아들여졌다. 검찰은 새 노조의 고발을 ‘각하’ 처분하는 대신 넉 달이나 검토한 뒤 지난주에야 한 대표 등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 고발임에도 뭔가 있는 듯이 시간을 끈 배경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으로 찍힌 황 회장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게 피어올랐다.
그러는 사이 불똥은 엉뚱한 데로 튀었다. 한앤컴퍼니가 추진하던 1조8000억원짜리 초대형 거래가 무산된 것이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중이던 롯데그룹은 지난 5월 3일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그러자 한 대표가 검찰에 고발당한 문제가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급기야 롯데그룹은 돌연 열흘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를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으로 교체했다. 10월 말까지 거래를 마무리해야 했던 롯데는 수사 때문에 거래가 지연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고, 이는 협상이 틀어진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한 대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제 거래를 되돌릴 길은 없다. 롯데카드는 이미 MBK 컨소시엄의 품에 들어가 기업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다. 어찌 보면 피도 눈물도 없는 ‘돈의 전쟁’에서 어처구니없는 고발 건이 지렛대로 사용된 셈이다.
하지만 그 엉터리 고발에 힘을 실어준 곳은 검찰과 정부다. 적폐로 낙인 찍은 자는 어떻게든 손볼 것이라는 분위기가 없었다면 과연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정치적인 문제에 한국 경제 곳곳이 휘둘리고 있다. M&A 거래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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