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끝내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주연을 보기 위해 많게는 수십만 원을 지불한 팬들의 환불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유벤투스(이탈리아)와 K리그1 선발팀 ‘하나원큐 팀 K리그’ 경기에 대한 축구팬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한 팬은 “당분간 어디가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팬이라고 말하기 다니기 힘들겠다”며 “환불 방법이 있다면 알려달라”고 적었다.
이날 끝난 경기에선 출전 예정이었던 ‘슈퍼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끝내 필드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서다. 대회 전 주최 측인 ‘더 페스타’는 “호날두가 최소 45분 이상 소화해야한다는 조항을 계약에 넣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올 예정이었던 유벤투스 구단은 기상 악화로 2시간 늦게 도착했고 예정했던 행사도 모두 취소됐다. 경기는 이날 오후 8시 시작 예정이었으나 유벤투스 선수단은 8시4분에야 상암에 도착했다.
팬들은 인내심을 가졌지만 호날두가 90분 내내 필드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폭발했다. 응원은 야유로 변했고 호날두의 라이벌 리오넬 메시의 이름이 상암에 울려 퍼졌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호날두가 뛸 예정이었는데, 근육 상태가 좋지 않아 안 뛰는 게 나을 것 같아 뛰지 않게 했다”고 해명했다. 또 “1주일 동안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싱가포르에서 컨디션이 좋지 못했고 이후에 인터밀란전도 치렀다”고 했다.
경기장을 찾았다는 한 축구 팬은 “법적으로 환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K리그팀에서 뛴 이동국은 “모든 팬이 '특정 선수'가 나오기 기대했는데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며 끝내 벤치를 지킨 호날두의 결장을 꼬집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