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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의 글로벌 Edge] 아베는 '재팬 엑시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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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 선임기자·공학박사 >


[ 오춘호 기자 ]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 회장이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선거 직후 자동차공업협회장 자격으로 협회 사이트에 글을 실었다. 그는 “그동안 제조업으로 일본의 고용을 지킨다는 강한 사명감이 있었다”고 전제한 뒤 “엔고와 통상환경 등 앞길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내 생산과 소비가 줄어들면 일본 자동차산업의 고용 창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강한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0년에 한 번 오는 대변혁기에 일본 제조업과 고용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도 우리의 심정을 이해해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제·정치 활력 저하 위기감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포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대두 등으로 인한 위기감, 그에 대한 결기가 엿보인다. 도요타자동차는 2분기(4~6월)에도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3분기 연속 감익이다. 닛산은 더하다.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 줄었다. 자동차만이 아니다. 모든 업종에서 이익이 줄고 있다. 일본의 핵심 수출품인 공작기계만 해도 6월 수주액이 전년 동월 대비 32.9% 감소했다. 16개월 연속 감소세다.

잘나가는 기업도 찾기 힘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저성장이 이어지면서 기업 이익의 하향 평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제대로 된 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역동성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연구개발(R&D) 투자도 줄어들고 있다. 2018년 연구개발비는 상위 20위를 합쳐 6조7910억엔이었다. 2013년 연구개발비보다 9%가량 줄었다.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경제 전체의 혁신지표인 총요소생산성은 2012년 1.0%에서 지난해 0.3%까지 내려갔다. 혁신의 세계적 조류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한다. 앞날도 불투명하다. 생산가능인구가 지난해부터 총인구의 60% 선 밑으로 떨어졌다. 쓸 만한 인재는 갈수록 부족하다는 소리가 높다.

활력이 떨어지기는 일본 정치도 마찬가지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초선의원은 32%다. 한국의 20대 총선 42%와 비교된다. 2016년 중의원 선거에선 불과 9%만이 초선이었다. 세습의원이 많은 일본 특유의 정치 구조 때문이다. 투표율도 48.8%로 낮다. 뉴욕타임스는 “자신이 투표해도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는 절망감이 유권자 사이에서 팽배해 있다”고 전한다.

공급망 제외되면 日기업 피해

일본 정치와 경제 활력의 부재를 풀기 위해 아베 신조 총리가 선택한 노림수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다. 기업인들이 그토록 말리고 외국 언론들도 글로벌 가치사슬망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하지만 일본은 막무가내다.

수출규제는 일본 기업인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제외한다는 시행령 개정을 위한 의견을 공모하는데 응모가 3만 건이 넘었다. 1000여 개 이상의 품목을 수출규제한다고 하니 그와 관련한 일본 기업들도 이의를 제기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을 기술로 공격하는 것은 일본 국민의 좌절과 분노의 방향성을 돌리고 정체성을 찾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영국이 옛날 대영제국을 회상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하듯이, 일본은 기술대국의 황금기를 떠올리면서 한국을 공격한다. 하지만 이건 글로벌 공급망에서 일본 스스로 탈퇴하는 것이다. ‘재팬 엑시트’다. 피가 잘 돌지 않는 노대국의 쓸쓸함이 엿보인다. 한국도 역동성을 잃어가긴 마찬가지다. 지금 일본은 한국의 반면교사임에 틀림이 없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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