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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 칼럼] 독일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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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일본엔 강소기업이 많다. 주로 도쿄, 오사카, 히가시오사카, 교토 등지에 포진해 있다. 이 중 도쿄 오타구엔 4000여 개, 히가시오사카엔 약 7000개의 중소 제조업체가 산재해 있다. 선반 밀링 프레스 표면처리 열처리 작업 등을 하는 업체다. 이들의 금속가공기술은 세계적이다. 허름한 공장에서 가공한 초정밀 부품을 미국 항공우주국(NASA) 또는 보잉에 수출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산학연 협업을 통해 인공위성을 개발한 기업도 있다.

기자는 여러 차례 일본 강소기업을 취재하면서 뜻밖에도 이들이 독일 기업을 ‘스승’으로 여기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었다. 100여 년 전 독일에서 기술을 들여다 사업을 시작했다는 중소기업인도 여럿 만났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독일에서 근대문물과 기술을 배웠다. 메이지유신의 주도 세력이 이와쿠라사절단을 구성해 1873년 독일을 방문, 독일 통일의 주역 비스마르크로부터 부국강병책을 배운 뒤 이를 실천해 근대화에 성공했다. 이런 역사가 독일에 대한 존경심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독일을 존경하는 일본 기업들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제한으로 국내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단기적으론 외교겠지만 결국엔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에 적극 나서는 수밖에 없다. 이를 자체 기술로 해결하면 좋지만 그럴 여건이 안 된다면 독일과의 협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독일은 과학과 기술의 뿌리가 깊다. 일본의 전체 노벨 물리·화학상 수상자는 20명이 채 안 되지만 독일은 괴팅겐대 한 곳에서 배출한 노벨 물리·화학상 수상자만 40명에 이른다. 독일은 산업혁명 분야에서 후발국인데도 근대 문명의 이기 중 70~80%를 개발했다. 자동차를 비롯해 자동기어 전신기 발전기 장거리로켓 TV브라운관 전자현미경 등 수많은 제품이 독일과 독일인에 의해 개발됐다.

둘째, 독일은 연구개발(R&D) 중심 국가다. 72개에 달하는 응용기술연구소인 프라운호퍼연구소를 비롯해 80여 개에 이르는 기초기술연구소인 막스플랑크연구소, 우주과학 등 거대과학을 연구하는 10여 곳의 헬름홀츠연구소 등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아헨공대에만 260개 연구소가 있다.

셋째, 산업 간 보완적인 분야도 많다. 독일은 기계 화학 자동차와 부품 소재 등에서 강하고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보통신 분야에 강점이 있다. 상호 협력 시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다는 의미다.

R&D도 글로벌 협력 중심으로

최근 들어 독일의 기업인·연구원·공대 교수들이 한국을 자주 찾고 있다. 올가을에도 곳곳에서 ‘한·독 기술협력세미나’가 열린다. ‘라인강의 기적’의 중심지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의 경제개발공사와 프라운호퍼는 한국에 대표부를 두고 양국 협력을 위해 발로 뛰고 있다. 독일과 협력해 신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 사례도 속속 나타난다.

독일엔 특히 ‘기업이 원하는 것’을 개발해주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공대 교육 역시 기업 현장의 애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 부품·소재·기계장비의 일본 의존도를 대폭 줄이는 방향으로 국가와 기업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R&D도 글로벌 협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예속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동시에 중소기업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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