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 커피, 생수 외형 확대 기여
소주 부문 점유율 점진적 상승세
일본 불매운동 여파 하반기 최대 변수
롯데칠성이 2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하반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익성이 좋은 탄산음료 수요 증가와 원재료 가격 하락 등 긍정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3일 신한금융투자는 롯데칠성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1.3%, 69.3% 증가해 각각 6675억원과 397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 홍세종 연구원은 "이 수치는 광고비 증가를 감안한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라면서 "400억~450억원대의 영업이익이 창출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음료의 성장이 예상보다 좋다는 평가다. 그는 "2분기 국내 음료 매출액은 8.8% 증가한 4283억원이 기대된다"며 "탄산음료, 커피, 생수가 모두 고성장을 지속할 전망이고 음료의 영업이익률도 전년대비 1%p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주류 부문도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다. 홍 연구원은 "내수 주류 매출은 7.4% 증가한 1737억원에 이를 것"이라며 "소주와 맥주에서의 가격 인상 효과가 소폭 반영되는 가운데 도매점의 선제적 물량 확보가 있었고 소주에서의 점유율도 점진적 상승세"라고 분석을 뒷받침했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주류부문 내 소주의 내수 점유율은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고 가격 인상 전 가수요 효과와 경쟁사와의 인상 시점차에 따른 물량성장이 기대된다"며 "소주의 6월 가격인상 효과는 하반기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맥주부문의 외형성장 부진이 아쉽지만 클라우드 가격인상 효과가 하반기에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는 롯데칠성이 이번 여름 성수기에 상황에 따라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 근접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칠성의 3분기 시장 기대치는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9.6% 증가한 7340억원, 영업이익이 25.6% 증가한 642억원이다. 우호적 영업환경에다가 통상적으로 장마 기간에 강수량이 낮으면 음료 매출이 올라가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여름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줄을 잇는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이 양호한 탄산음료 매출 증가, 원당 등 원재료 가격 하락, 음료 적자 품목 (커피, 생수, 주스) 턴어라운드, 주류 부문 광고판촉비의 효율적 집행을 호실적의 이유로 꼽았다. 예상보다 긍정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내 롯데칠성에 대한 기대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옛 사장단회의)에서도 확인 가능했다. 지난해부터 롯데 하반기 VCM은 사업군별로 모여 주요 계열사가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고 이에 대해 다 같이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해는 '인터널(Internal) IR'이란 부제 아래 참석자들이 투자자의 관점에서 각 사의 발표를 듣고 가상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신 회장을 비롯해 BU장들, 롯데지주 실장급 이상 임원, 각 계열사 대표와 기획 임원 등 140여 명이 평가자로 참여했다.
가상 투자 결과 롯데칠성, 롯데홈쇼핑, 롯데면세점, 롯데케미칼이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은 '대대적인 가격 공세를 통한 양적 성장'을 버리고 고급 제품으로 제값을 받는다는 전략을 내세워 투자금을 유치했다.
개발 호재도 있다. 이영구 롯데칠성 대표가 그룹의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서초구 롯데칠성 부지에 대해 개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서초구 롯데칠성 부지는 강남역 삼성타운 옆에 자리 잡은 알짜배기 땅이다. 면적만 4만3438㎡ 규모로, 삼성타운(2만4000㎡)보다 2배가량 커 랜드마크 조성이 가능하다. 롯데는 그동안 부지 개발 사업 진행에 힘을 쏟았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과 인허가 지연이 겹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롯데 관계자는 "서초동 부지에 호텔이나 쇼핑몰, 복합 문화시설 등을 넣을지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하는 단계"라며 "지금까지 여러 그룹 이슈로 인해 적극적인 추진이 어려웠던 서초동 부지 개발안을 최근 다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있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다. 롯데칠성은 일본 맥주인 아사히맥주를 수입하는 롯데아사히주류의 지분을 50%에서 1주 적게 보유하고 있어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때문에 성수기를 앞둔 지난달에는 주가가 0.29% 올랐지만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7월 들어 무려 9% 이상 하락해 여름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 52시간 정착, 회식 수요 감소로 업소용 시장에서의 맥주 수요가 급감해 롯데칠성의 맥주 매출 역시 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유의미한 맥주 매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일본 불매 운동 여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롯데칠성의 하반기 실적을 가늠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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