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근 제이비케이랩 대표·약사
2011년 미국내분비학회는 한국인들의 비타민 D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무려 여성의 93%, 남성의 86.8%가 비타민D 결핍 상태인 것으로 발표했다.
특히 가을이 시작되는 9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는 비타민D농도가 만성적인 결핍 상태여서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한 여러 만성질병이 초래될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비타민 D 부족으로 야기되는 질환이나 증상으로는 골다공증, 골절, 골관절염, 골연화증, 구루병, 류마티스관절염, 성장부진, 고혈압, 비만, 2형 당뇨병, 임신성당뇨병, 동맥경화증, 심근경색증, 심부전, 뇌졸중, 감기,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감염증(독감 등), 천식, 편도선염, 비염, 중이염, 알레르기성비염, 폐결핵, 망막질환, 안구건조증, 우울증, 자폐증, 다발성경화증, 다낭성난소증후군, 파킨슨병, 치매, 건선, 아토피피부염,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비타민D는 자외선B(UVB)를 통해 피부에서 합성된다. 합성된 비타민D는 간에서 중간 활성형 비타민D로 전환된 데 이어 신장에서 활성형 비타민D로 바뀐다. 활성화된 비타민D는 소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촉진하고 신장에서 칼슘의 배설을 억제하며 뼈로 칼슘을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D 결핍 상태면 칼슘의 10~15%만 흡수할 수 있지만, 비타민D가 충분하면 30~40%까지 흡수율이 높아진다. 비타민D는 뼈의 성장과 유지, 무기질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대장, 유방, 폐, 뇌, 피부, 전립선, 면역세포 인체 내 다양한 조직과 세포에서 자체적인 비타민D 활성화 효소와 수용체가 발견되면서 비타민D 작용에 대한 새로운 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비타민D는 전신에서 세포증식, 사멸, 분화, 혈관생성, 면역조절에 관여한다는 증거다.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미국도 2001~2004년엔 성인의 평균 비타민D 농도가 24ng/mL로 23%만이 적정수준인 30ng/mL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에 시행되었던 연구에서도 대상자의 52~77%가 비타민D 부족이나 결핍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서는 골다공증을 동반한 폐경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2%가 30ng/mL 미만에 해당하였고, 12ng/mL 미만인 경우도 57%나 됐다.
비타민D가 부족해 생기는 질환을 살펴보자. 우선 비타민D가 부족해 소장과 신장에서 칼슘 흡수가 감소하면 혈중 칼슘농도가 떨어지면서 뼈로부터 칼슘이 빠져나간다. 소아에서는 구루병을, 성인에서는 골연화증을 유발하게 된다. 골밀도가 더욱 더 낮아지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위험도 증가된다. 나이 든 여성은 1일 1200mg의 칼슘과 800IU의 비타민D를 3년 이상 투여함으로써 골절위험을 43%가량 낮출 수 있다.
비타민D 부족은 근육감소증과 근력약화를 초래한다. 비타민D는 근육에서 단백질을 합성하고 근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근육신경기능을 향상시켜 반사신경을 발달시킨다. 이는 낙상, 교통사고 등의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수의 임상연구에서 비타민D를 복용한 군이 칼슘이나 위약을 복용한 군에 비해 낙상의 위험이 22%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비타민D 섭취량이 400IU 이었던 경우는 낙상 예방효과가 없었지만, 비타민D 800IU와 칼슘을 함께 복용하면 낙상 위험이 35%까지 유의하게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D는 세포분열을 강력하게 조절한다. 일종의 호르몬으로서 유전자 조절을 통해 암세포의 고사를 유도하고 혈관신생을 억제해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유방암 외에도 신장암, 폐암, 방광암, 식도암, 난소암, 비호지킨림프종, 췌장암, 위암, 자궁암 등이 비타민D 부족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간호사건강연구에서는 비타민D 농도가 평균 39.9ng/mL이었던 여성은 16.2ng/mL이었던 여성에 비해 직장암의 위험이 46% 낮았다. 우먼스헬스이니셔티브 연구에서는 비타민D 농도가 12ng/mL 미만이었던 여성에서 직장암의 위험이 2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내생활을 하는 남성에 비해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남성에서 전립선암의 발생이 최대 5년 늦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드릭 갈랜드 박사 등은 일생 동안 비타민D 농도를 34ng/mL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북미에서 발생하는 대장암을 50%, 42ng/mL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유방암을 30%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논문에 썼다.
과거 결핵치료에 비타민D가 풍부한 대구 간유를 먹거나 햇빛을 쏘이는 방법이 사용됐다. 최근 연구에서도 비타민D 결핍은 결핵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결핵환자의 비타민D 농도가 정상인에 비해 비해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연구에서 비타민D 농도가 24ng/mL 이상인 백인 남녀에서 다발성경화증의 위험은 비타민D 농도가 20ng/mL 증가할 때마다 41%씩 낮아지며, 매일 400IU 이상의 비타민 D를 복용했던 여성은 다발성경화증의 발생위험이 42% 낮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D는 다발경화증 외에도 류마티스관절염, 전신홍반루푸스와 같은 다양한 자가면역성 질환의 억제와 개선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비타민D는 면역질환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
비타민D는 혈압상승물질인 레닌의 생성과 활성도를 낮추어 혈압상승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의료종사자 및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혈중 비타민D 농도가 15ng/mL 미만인 남녀는 4~8년후 고혈압의 발생위험이 각각 8.1배와 2.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8주간 시행하였던 연구에서는 매일 비타민D 800IU와 칼슘 1200mg을 복용한 여성은 위약이나 칼슘만 복용했던 여성에 비해 평균 수축기 혈압이 13mmHg가량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비타민D는 면역세포를 조절해 혈관염증, 동맥경화, 혈전생성 등을 억제함으로써 관상동맥질환 발병의 씨앗을 말려버리는 효과가 있다. 심장에서는 심근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는 한편 심근세포의 섬유화를 억제해 심장의 기능과 수축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핀란드의 한 연구에서 생후 첫 1년간 비타민D를 보충한 소아는 그렇지 않은 소아에 비해 1형 당뇨병의 위험이 각각 88%와 84%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70년대 핀란드에서 이뤄진 연구에서 애초 당뇨병이 없었던 40~74세 남녀를 22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비타민D 농도가 높았던 남성은 낮은 남성에 비해 당뇨병 위험이 72% 낮게 나타났다. 이는 낮은 비타민D 농도가 당 대사에 악영향을 주거나 당뇨병의 발생과 연관이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또 비타민D 부족은 인슐린 분비 자극에 필요한 칼슘신호를 떨어뜨려 인슐린 분비능력이 감소시킨다. 골격근이나 지방조직에선 비타민D가 비타민D수용체를 매개로 인슐린수용체의 발현을 증가시켜 제2형 당뇨병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피부가 얇아지면서 비타민D를 합성하는 능력도 저하된다. 70세가 되면 20세에 비해 비타민D 합성능력이 75%나 떨어진다. 실내생활, 의복, 자외선차단제, 공해, 흐린 날씨 등도 비타민D 부족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겨울에는 비타민D 부족이 더 심각해진다. 또 비만하면 비타민D 생체이용률이 저하돼 혈중 비타민D 농도가 정상인에 비해 50% 가량 낮게 나타난다. 간부전, 신부전, 장질환을 앓거나 비타민D를 고갈시키는 결핵약, 스테로이드제제, 간질약, 면역억제제 등을 복용하면 비타민D 부족이 초래될 수 있다.
전신을 햇빛에 노출하면 1일 최대 2만IU의 비타민D가 생성될 수 있으나 과도한 자외선 조사는 피부노화나 피부암 발생을 초래할 우려를 안고 있다. 보통 식사를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D의 양은 1일 100IU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에 비타민D 부족(21~29ng/mL)과 결핍(10~20ng/mL)엔 경구용 비타민D 보충제가 효과적이다.
비타민D 부족과 관련된 질병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적정 혈중 비타민D 농도는 50 ng/mL이다. 이같은 혈중농도를 유지하려면 하루 5000IU 이상을 섭취하도록 한다. 특히 비만이나 만성질환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라면 1만IU를 섭취하는 게 좋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비타민D 섭취가 고칼슘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하지만 하루 1만IU로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희박하며 최대 10만IU까지도 문제가 없다.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인구의 절반 남짓이 비타민D 결핍 위험에 놓여 있다. 근골격계질환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의 예방, 나아가 최적의 건강상태 유지에 비타민D는 필수적이어서 적정한 햇빛쬐기, 식품과 보충제를 통한 공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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