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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입마개 하지 않으면 우리 개를 죽이겠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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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을 훌쩍 넘긴 노견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최근 이사한 아파트에서 이웃과 입마개 문제로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A씨가 키우는 반려견은 나이가 많은 탓에 지나가는 사람, 개, 고양이까지 모든 것에 무신경했다. 산책을 나가도 30분 만에 낑낑거리는 탓에 A씨는 가슴줄을 채운 상태로 주로 개를 품에 안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사는 B씨가 갑자기 "입마개를 채우라"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다. B씨는 들고 다니는 지팡이로 A씨와 강아지를 위협하며 "왜 입마개를 안 하냐"고 따졌다. 이에 A씨는 최대한 부드럽게 "나이가 많은 개라 안고 다닌다"라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주로 현관문을 열어 놓고 생활하는 B씨. 그는 A씨와 개가 지나갈 때면 바로 달려 나와 입마개를 이유로 윽박질렀다. 지팡이로 때리는 시늉을 하면서 "입마개를 하지 않으면 개를 가져다 밟아 죽인다"는 다소 거친 말까지 했다. 어느 순간부터 개는 그런 상황이 닥칠 때면 몸을 덜덜 떨었다.

A씨는 "개가 뛰어다닐 힘만 있어도, 이빨이 빠지지만 않았어도, 눈이 제대로 보이기만 했어도 입마개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B씨가 입마개를 채워달라고 부드럽게만 이야기했어도 그 집 앞을 지나는 동안만큼은 입마개를 했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 같은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솔직히 개 안 키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모든 개가 입마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입마개를 하라고 말할 수는 있는데 너무 공격적인 태도가 문제인 듯", "입마개 하고 서로 끝내는 게 좋을 듯", "이웃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강아지 가방이 있으면 넣고 외출하라", "아저씨는 태도를 바꿔야 할 듯", "입마개를 반드시 해야 하는 기준이 아니라면 정중하게 얘기해야 하지 않냐"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맹견에 속하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테퍼드셔 테리어, 스테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견은 외출 시 목줄은 물론, 입마개까지 반드시 하게 돼 있다.

과거에는 맹견 외에도 '공격성이 있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개'에게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있었으나 지난해 삭제됐다. 공격성을 판별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따랐기 때문. 그렇기에 현재 맹견에 속하는 종 외에는 목줄 이외에 별다른 조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맹견 기준에 속하지 않는 폭스테리어가 3세 여아를 물어 다치는 일이 발생해 개의 성향이 공격적일 경우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를 일으킨 폭스테리어는 입마개를 반드시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견종이지만 지난 1월에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키는 등 평소 공격성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견주는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너무 오랫동안 차고 있어 불쌍해서 살짝 빼줬다"라고 말했다.

사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동물 행동훈련가 강형욱은 해당 폭스테리어가 반복해 이웃을 공격한 것에 우려를 표하며 "안락사해야 한다. 부모님과 자녀, 친구가 무방비하게 개 물림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해보면 잔인하다고 못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견주는 "잘못한 것은 맞지만 특정 종을 겨냥해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게 옳은 것이냐. 안락사할 생각은 절대 없다.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개 물림 사고는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이슈로까지 부상했다. 그러면서 크기나 견종에 상관없이 공격성을 기준으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는 공격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맹견이 아니더라도 '관리대상견'으로 지정해 입마개나 교육 등 강화된 관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다. 농식품부는 공격성 평가를 거쳐 훈련이나 중성화 조치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안락사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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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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